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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아파트로 기록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 아파트'를 재개발하는 사업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심 속 노른자위 입지라는 장점에도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된 배경에는 사업 규모가 작고 시공 난이도는 높다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공사비가 1300억원대에 달하지만 중견·중소 건설업체조차 참여를 주저하고 있어 당분간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충정 아파트를 포함해 인근 저층 주택 일대를 탈바꿈하는 '서울 마포로 5구역 제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또다시 유찰됐다. 해당 사업의 입찰이 유찰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조합은 지난 5월 1차 입찰이 무산되자 입찰보증금을 기존 8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낮춰 재공고를 실시했지만 참여한 시공사가 없었다.
사업이 두 차례 유찰되며 수의계약의 가능성도 열렸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이 두 번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대문구 관계자는 "공개 입찰이 두 번 진행됐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가능해졌지만 조합이 결정할 사안으로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로5구역 제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조합은 향후 대의원 이사회에서 재공고 또는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만간 진행될 회의를 통해 사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짐에 따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예정이다. 충정 아파트는 안전 문제 등으로 2022년 6월 서울시로부터 철거 판정을 받으면서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맞춰 내년쯤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서대문구는 올해 충정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이주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진행이 어렵게 됐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등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빠르면 2026년 철거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정확한 시점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공사와 협력해 이주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철거·이주 계획 차질… "입지 좋지만 수익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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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지어진 충정 아파트는 2020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모티브 단지로 화제가 됐다. 충정로역 9번 출구에서 100m 떨어진 초역세권 입지에도 유찰이 반복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건설업계는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유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건설경기가 침체하며 대형사를 필두로 업계의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해당 사업지의 수익성이 크지 않아 중견사들조차 참여를 꺼린다는 분석이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의 공사비는 3.3㎡(평)당 980만원, 총 1314억원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주비나 공사비 부담이 큰 데다 중견사들이 감당할 자금 여력이 없다 보니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여가 쉽지 않다"며 "해당 사업의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공 난이도가 높은 점도 수주 기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충정로처럼 역세권인 경우 지하 터널이나 각종 도시 기반시설이 얽혀 있어 토목 비용이 더 추가될 것"이라며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어렵고 지하 기반시설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복합 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는 데다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혼재한 입지 특성상 기부채납까지 고려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