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 중국 텐센트뮤직과 협력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한한령(한류 콘텐츠 유통 제한령) 이후 불모지로 꼽히는 중국 시장을 노린다. 음악 부문의 본원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의 흥행이 뒷받침된다면 SM 3.0 전략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에스엠의 주주사인 하이브는 지난 5월30일 보유 중이던 에스엠 지분 9.38%(약 221만2237주)를 중국 텐센트뮤직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11만원으로 총 거래 규모는 약 2434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텐센트뮤직은 카카오(지분율 21.61%)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19.89%)에 이어 에스엠의 2대 주주로 부상하게 됐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이동을 넘어 경색됐던 한중 관계와 K-팝의 중국 진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한한령 이후 위축됐던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영향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뮤직의 투자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많은데 에스엠과 텐센트 간 협업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K-팝 전성기가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텐센트뮤직은 월간활성이용자 수 5억5000만명을 보유한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QQ뮤직, 쿠거우뮤직 등을 운영 중이다. 에스엠 자회사 디어유는 이달 내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커진다. 에스엠은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중국에서 공연을 개최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했다고 평가받는다.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것이다.

에스엠은 단순 음원 유통 차원을 넘어 현지 아이돌 그룹 공동 제작, IP(지식재산권) 활용, 오프라인 공연 기획 등 다각적인 협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중국 대자본이 K-팝 주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콘텐츠 독립성이나 전략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K-팝은 정치·외교적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인 만큼 특정 국가 자본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한한령 이후 사실상 막혀 있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생겼고 텐센트뮤직이라는 확실한 현지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에스엠의 글로벌 전략은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매출 규모가 다른 거대 시장"이라며 "해당 시장을 공략하면 기업가치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