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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게임업계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넥슨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24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5'에서 기존과 차원이 다른 '빅게임'을 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시장의 장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세계 무대의 빅플레이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과거 대작 수준을 넘어선 경쟁력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날 "어느 시장이든 갈수록 진입하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게임 시장만 놓고 보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모바일 앱 시장에서 게임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틱톡이나 유튜브 매출이 게임 앱들을 앞지르고 있다"며 "나이키가 리복이나 아니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를 경쟁 상대로 인식했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에겐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앱들이 경쟁 게임보다 더 큰 위협이 된다"며 "유저들이 틱톡 쇼츠를 보는 만큼 게임을 덜 한다"고 부연했다.
패키지 게임 시장도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고 봤다. 박 대표는 "한정된 시간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서 우리 게임만 잘 만들면 다른 게임과 무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정체된 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다른 시장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패키지 시장은 요즘 질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개발 비용이 폭증하고 있다"며 "스파이더맨 시리즈 같은 경우는 초기 2018년만 해도 개발비가 1500억원 정도 하다가 최근에 마블 스파이더맨 2 같은 경우에는 4500억원 정도로 한 5년 새 3배 정도 비용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1조2000억원의 개발비를 회수하려면 마케팅비를 포함, 2000만장 이상을 팔아야 겨우 본전을 맞춘다"며 "개발비가 치솟고 있으니 기존의 강자들도 한 두 개의 게임만 흥행에 실패하면 크게 휘청거리는 상황이 왔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로컬 게임 회사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시장은 이제 포화 상태가 됐다"며 "각 기업들은 서로의 시장을 넘보고 있다"고 했다.
방어보다 공격 필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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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밖으로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좋은 아이디어로 소규모의 엣지 있는 게임에 배팅해서 성공을 누릴 수 있지만 큰 회사는 그런 방식으로는 몸집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빅게임을 개발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빅게임은 규모와 질적인 면 모두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타이틀"이라며 "그동안 만들어오던 게임을 초월한 기존의 대작과는 다른 의미"라고 했다.
브랜드 전략부터 전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게임사유비소프트도 트레일러부터 홍보 활동에 힘을 쏟는다고 했다. 기존 게임을 만들면서 쌓아온 경험으로부터도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한국은 가성비 높은 스토리텔링에 익숙하다"며 "글로벌 게임들의 스토리텔링은 영화처럼 굉장히 섬세하고 사치스럽다"고 분석했다. "캐릭터들이 대사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 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시선과 표정, 동작으로 연기를 보여준다"고 했다.
안 해본 일이니 경험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 고착화된 습관이 방해물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한 두번 해보면서 감을 익히고 해외 자료도 찾아보고 서로 배우면 된다"며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있다"고 언급했다. 가성비 방법론 안에서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그 틀 안에서 사고를 하게 되고 경쟁작을 해석하고 재현하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개발 조직을 운용하는 데도 새로운 전환이 요구된다고 했다. 소규모 조직은 응집력은 좋지만 개발력을 담보하기 어려우니 규모를 키우되 공통 목표를 제대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조직의 기존 멤버들도 비전을 완전히 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니 더욱 조직의 비전을 통일하기가 힘들다"며 "이때 필요한 것은 트레일러"라고 제언했다.
박 대표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목표로 하는 퀄리티가 어떤 수준인지 영상으로 바로 보여줄 수 있으니 비전을 통일하기가 쉽다"며 "사람을 뽑을 때도 영상을 보여주면 실제로 할 줄 알거나 최소한 좋아하고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니까 퀄리티를 높이기에도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