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원 감독 / 티빙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이 극 중 선거운동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을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티빙 새 시리즈 '러닝메이트'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한진원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러닝메이트'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 분)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다.

이날 자리에서 한진원 감독은 '러닝메이트' 연출을 맡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처음에 연출을 하기로 하고 계약한 건 아니었다"며 "쓰다 보니까 욕심이 생겼고 (제작사) 대표님께 여쭤보게 됐다, 제가 쓰는 시나리오 방식이 납품용 시나리오보다는 연출자적인 시선이 많이 들어가 있는 형식인데 예를 들어 카메라 워킹 같은 것도 시나리오에 다 표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쓰다 보니 애정도 들고 또 10여 년 전에 썼던 글이 개발되다 보니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학원물로 정치, 선거 소재를 다룬 이유도 밝혔다. 그는 "1부의 첫 내레이션 대사가 '학교는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다'였다"며 "선거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결국 사람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두 사람 이상 있으면 권력이 생기지 않나, 완전히 평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대일 관계에서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고, 그를 따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래서 그런 힘과 권력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라는 배경에서 해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걸 가장 첨예하고 노골적으로 다루려면 폭력적인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이를테면 일진들이 나오는 내용이 될 수 있지만 저는 그런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었고 학생회 선거라는 설정을 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극 중 학생들 간의 회장 선거는 점점 더 과열된다. 한진원 감독은 "정말 현실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제가 살면서 모아 온 것들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직접 겪은 일보다는 20대 때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이후로 30대를 거치며 바라본 한국 사회의 모습이 쌓이며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들어가게 전 보조작가와 함께 조사를 많이 했는데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더라"며 "조감독과 유튜브에서 '요즘 학생회 선거 분위기가 어떨까'를 찾아봤다, 똑같이 반영하려는 건 아니었고 하나의 예시만 있어도 충분했다, 실제로 찾아보니까 열띠게 하는 학교도 있고 형식적으로 치르는 학교가 있더라, 그중에서도 열정적으로 하는 학교들의 사례를 많이 따왔다"고 밝혔다.

한진원 감독은 선거 유세 장면에서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어떤 학교들은 정말 선거 운동을 무브먼트가 아니라 스포츠처럼 진행하는 곳도 있더라"며 "그래서 장면을 표현할 때 스포츠 드라마 같은 느낌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호 1번은 파란색, 기호 2번은 빨간색으로 표현했다. 레퍼런스가 있냐는 물음에는 "일단 빨간색과 파란색은 유세 장면을 찍을 때 참고한 전통 놀이 영상들, 이를테면 차전놀이나 고싸움 같은 데서 따왔다, 전통적으로도 빨간색과 파란색이 사용된다"며 "서양으로 넘어가면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추축국도 빨간색과 파란색을 썼다, 보라색이나 초록색 같은 걸 상징색으로 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 빨간색과 파란색은 전 세계 정당들이 대표적으로 쓰는 색깔"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이를 오해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는 "모든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만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이걸 보려면 이게 보이는 거고, 저걸 보려면 저게 보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예를 들어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 싸움, 열정, 에너지를 보여주는 걸 집중해서 보면 그게 더 재미가 될 수 있다"며 "또 어떤 분들은 정치적 코드에 집중해 그것만 볼 수도 있는데 그건 당연하다고 본다. 어쨌든 이 작품이 한국에서 '선거'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상,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진원 감독은 "저도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과 분위기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일부러 어떤 목적을 두고 반영한 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런 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러닝메이트'는 당초 3월 6일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공개 일정이 연기돼 6월 19일 공개됐다. 지난 2월 말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연기한 것으로 '선거' '정치' 키워드의 드라마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한진원 감독은 "사실 정상적인 일정대로였으면 대선과 아무 관계없이 나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지금 한국 정세 흐름에 맞춰 한 숟가락 얹으려는 거 아니냐고 볼 수도 있을 거고, '학생들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양분된 정치를 묘사하려는 거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든 상관없다"고 전했다. 또한 "오히려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한진원 감독은 시청자들이 봐줬으면 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존경하는 황동혁 감독님의 '남한산성'을 봤을 때도 '위기의 순간에도 저렇게 파벌을 지어서 싸우는구나' 싶었는데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를 보고 생각했으면 하는 건) 각자 느끼기 나름"이라며 "저는 '욕망이나 권력이 얼마나 사람을 병들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썼다, 주인공이 저돌적이지 않거나 안티히어로 같은 모습 때문에 답답하다 느끼실 수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 용기를 내고 아주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심해 학교를 떠난다, 그런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아직 '러닝메이트'를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데 그걸 색안경이라고 한다"며 "이런 소재가 들어갔을 때 말다툼을 하기 위한 이런 어떤 그런 소재의 어떤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어떤 대화나 토의의 어떤 트리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러닝메이트'는 지난 19일 8부작 전편이 티빙을 통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