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남성이 범행 25일 만에 구속 기소된 가운데 범행 당시 지하철 내부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원모씨가 서울 지하철 5호선에 불을 지르는 모습. /사진=뉴스1(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 지하철 5호선에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한 남성이 구속기소된 가운데 범행 당시 지하철 내부 CCTV가 공개됐다.

지난 25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지하철 방화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손상희)은 이날 원모씨(67·남)를 살인미수, 현존전차방화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당초 경찰은 원씨에 대해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탑승객 160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도 추가했다. 아울러 위험 물질인 휘발유 등을 가방에 숨겨 열차에 탑승해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원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42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5호선 열차 4번째 칸에서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남부지검이 공개한 범행 당시 영상을 보면 원씨는 수십명의 승객들 사이에서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 노란색 액체가 든 페트병을 꺼내 들었다.
[영상] 5호선 방화 그날, 20초만에 '불바다'… 미끄러진 임산부 '아찔'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남성이 범행 25일 만에 구속 기소된 가운데 범행 당시 지하철 내부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은 지난달 31일 원모씨가 서울 지하철 5호선에 불을 지르는 모습. /영상=채널A 캡처

이어 그는 페트병에 든 노란 액체를 바닥에 쏟아부었다. 휘발유였다. 6.8m가량 바닥에 퍼진 기름에 놀란 승객들은 소리를 지르고 서로 부딪치며 옆 칸으로 뛰었다. 한 임산부는 달리다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임산부는 벗겨진 신발을 포기하고 기어서 겨우 도망쳤고 원씨는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 태연하게 불을 붙였다. 불길은 3초 만에 칸 전체로 퍼져 불바다가 됐다.

열차 끝 칸은 대피 승객으로 가득 찼고 시민들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문이 닫힌 지하철 구조상 화재 및 유독가스 확산으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481명(인적 사항이 특정된 승객은 160명)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화재로 원씨를 비롯해 총 2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원씨는 이혼소송 결과에 대한 불만과 아내에 대한 배신감을 갖고 범행하기로 결심했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원씨는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분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 특성을 가져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뒤 피해망상적 사고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