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큰 자동차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다연한 복합위기 돌파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발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전경.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출을 통한 생산유발효과가 다른 산업 대비 높은 데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 거점의 분산으로 국가균형 발전에도 기여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끌며 지난해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경제기여액 규모가 가장 큰 3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이 국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당면한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가득하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자동차'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산업 수출의 생산유발액은 2365억달러(약 322조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주요 수출 품목 중 3년 연속 1위 기록이며 자동차산업 수출의 생산유발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이 입증됐다.


수출의 생산유발효과는 한 산업이 해외에 제품을 수출할 때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생산 활동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의 생산유발효과가 큰 산업은 연관 산업의 국내 생산을 활발히 증가시키고 이에 따른 고용 및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자동차산업은 산업 특성상 전·후방 연쇄효과가 커 반도체·일반기계 등 다른 산업보다 더 높은 수출의 생산유발액을 기록한다.

국내 전체 수출의 생산유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3.8%에서 지난해 18.2%로 크게 증가하는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동차산업의 수출과 무역수지도 선전했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은 708억달러(약 96조4000억원)를 기록하며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700억달러(약 95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자동차부품을 포함한 이른바 'K자동차' 전체 수출 역시 역대 최대인 2023년의 938억달러(약 128조원)에 근접한 933억달러(약 127조원)를 기록했다.

무역흑자는 727억달러(약 99조원)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무역흑자의 1.4배를 웃도는 성과로 국가 무역수지가 지난해 흑자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출액 대비 무역흑자 비중은 78%로, 반도체(49%), 일반기계(40%) 등을 앞지르며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높은 외화획득 효율을 보였다.

K자동차는 일자리 측면에서도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약 150만명에 달한다. 이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2022년 연장표)를 활용해 산출한 철강(41만명), 반도체(28만명) 분야 등의 직·간접 고용인원을 크게 앞서는 수치이며 울산광역시 전체 취업자 수의 약 2.6배에 이른다.

자동차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도 제공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동차산업의 평균임금은 6091만원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임금(5377만원)을 13% 웃돈다.

자동차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전국에 고르게 분포된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현지 투자를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산업의 권역별 생산비중(생산액 기준)에 대한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는 수도권에 82%, 조선은 동남권에 80%가 집중된 반면 자동차산업은 ▲동남권 35% ▲수도권 29% ▲충청권 16% ▲호남권 11% ▲대구·경북권 9% 등 생산이 전국에 걸쳐 고르게 분포됐다.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한 국내 자동차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자동차산업은 이를 통해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소득 증대 및 소비 활성화를 촉진하는 등 각 지역이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생산(통계청 기준)의 경우 2023년 기준 전체 제조업의 14.5%, 부가가치는 12.1%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수는 2022년 기준 42조원으로 같은 해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의 1.4배에 달하는 등 K자동차는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높아지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위상… 뚜렷해진 미래 경쟁력

K자동차는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높여가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도 뚜렷한 미래 경쟁력을 각인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합산 판매량 723만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글로벌 '빅3'에 올랐다.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분야 상인 '세계 올해의 차'(WCOTY)에는 최근 6년 동안 다섯 차례나 선정되며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

자동차부품 산업도 약진했다. 지난해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직전 연도 매출 기준 글로벌 100대 부품사 순위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 등 국내 기업 10곳이 이름을 올렸다. 10년 전과 비교해 2배 많은 국내 업체가 순위권에 포함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기업들은 국내에 신규 생산시설 및 물류거점 등을 확보하며 성장기반 강화에 힘썼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광명 EVO Plant'(이보 플랜트)를 완공해 EV3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화성 EVO Plant'를 완공하고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울산 EV 전용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경북 경주에 대규모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건립에 총 970억원이 투입된 신축 물류센터는 내수용 AS(사후관리) 부품을 전국 1000여개 이상의 물류망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순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이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지하며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인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공기업·금융사 제외)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024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그룹사 중 현대차그룹(9개사)의 경제기여액은 359조4384억원으로 가장 컸다.

경제기여액은 기업이 경영활동으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를 모두 더한 것으로, 한 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 평가 지표로 거론된다. 임직원 급여, 협력사 대금, 정부 법인세, 주주 배당, 기부금 등의 형태로 이해관계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의 총합으로 산출된다.
K자동차가 국내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기아오토랜드광주 전경. /사진=기아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경제기여액(359조4384억원)은 2023년(338조7143억원)과 비교했을 때 6.1% 증가했으며 100대 기업 전체 경제기여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1.8%에서 2024년 22.3%로 0.5%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제기여액은 구체적으로 ▲협력사(거래대금) 306조6295억원 ▲임직원(급여 등) 34조595억원 ▲정부(세금 등) 9조2613억원 ▲주주(배당 등) 7조5808억원 ▲채권자(이자) 1조5994억원 ▲사회(기부금) 3078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차그룹에 속한 9개 회사의 개별 경제기여액은 ▲현대차 115조2187억원 ▲기아 86조5890억원 ▲현대모비스 52조1965억원 ▲현대건설 30조2921억원 ▲현대글로비스 25조4479억원 ▲현대제철 15조4795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5조170억원 ▲현대트랜시스 11조7964억원 ▲현대위아 7조4013억원 순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협력사 동반성장, 주주가치 제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글로벌 복합위기, 정책 뒷받침 절실"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한 K자동차가 국내외서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당면한 복합위기가 가득한 만큼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해법 모색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훈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42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포럼을 통해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산업'으로 약 150만명에 이르는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며 한국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는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곧 국가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R&D 지원 확대를 통한 한국 미래차 생태계 강화 전략' 주제 발표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1%, 전체 수출에서 14.8%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더욱 기여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성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