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트라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윤계상이 물 만난 코믹 연기로 '트라이'를 장악했다. 덕분에 극은 초반부터 재미로 입소문을 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처음 방송한 SBS 새 금토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극본 임진아/연출 장영석/이하 '트라이')는 예측불허 괴짜감독 주가람(윤계상 분)과 만년 꼴찌 한양체고 럭비부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코믹 성장 스포츠 드라마다. '트라이'는 시청자들에게 오랜만에 선보이는 스포츠물인 데다, 지난 2021년 SBS 문화재단 극본공모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 작품에 당선된 작품으로 완성도까지 보장했기에 시작 전부터 기대 어린 시선이 모아졌다.

뚜껑을 연 '트라이'는 역시나 기대감을 채워줬다. 1~2회에선 과거 약물 파동을 일으키고 은퇴했던 럭비선수 주가람이 모교인 한양체고 럭비부 감독으로 돌아와 폐부 위기의 럭비부 '재건'에 나선 모습이 그려졌다. 극 초반에는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독 주가람과 개성 강한 럭비 부원들이 '혐관'(혐오 관계)에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고, 이후 한 팀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3~4회에서는 부원의 이탈로 위기를 맞은 럭비부가 새 부원을 찾아내고, 폐부를 원하는 교감에 맞서 '원 팀'이 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전형적이었지만, 이를 촘촘하게 채워가는 과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극이 전개되는 동안 각 캐릭터들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애매한 재능을 가져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큰 럭비 부원들, 각자의 이익을 생각하며 학교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교사들, 그 와중에 소신을 가지고 학교와 학생을 지켜려는 교육자들, 어려운 상황에 친구를 돕는 체고 학생 등이 등장해 임팩트 있게 인물을 묘사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SBS '트라이'

모든 배우가 명연기를 펼치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인물은 주인공 주가람을 연기하는 윤계상이다. 주가람은 럭비의 첫 올림픽 진출을 이끈 인생 최고의 순간에 약물 파동을 일으켜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인물. 이후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3년여 만에 한양체고 럭비부 감독으로 돌아온다.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약쟁이'로 남아 있는 탓에 모두가 그를 밀어내고 거부하지만, 주가람을 이를 개의치 않고 실실대며 자꾸만 한양체고 안으로 럭비부 내부로 비집고 들어온다. 이에 럭비부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주가람에게 점점 스며들어 벌써 남다른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아픈 과거를 가진 캐릭터의 서사를 안고 코믹한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않을 터. 그러나 윤계상은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며 주가람이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을 끌어냈다. 그중에서도 돋보인 건 코믹 연기다. 주가람은 항상 헤실헤실 웃고 다니지만 럭비를 향한 애정만은 진심이다. 이에 교감, 사격부 감독이 럭비부를 공격하려 할 때마다 천진한 얼굴로 반격하며 이들을 열받게 한다. 그 과정에서 능청스럽게 상대방을 '엿 먹이는' 윤계상의 '똘끼 어린' 연기가 극의 웃음 포인트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무거운 '트라이'에서 주가람의 '가벼움'은 '청량한 스포츠물'이라는 극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게 했다. 그 와중에도 럭비를 향한 주가람의 진심은 엿보여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간 윤계상은 범죄물부터 코미디, 멜로, 법정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왔다. 그중에서도 천진한 코믹 연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한다. 이에 윤계상은 밝은 스포츠 드라마인 '트라이'에서 물 만난 듯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매력을 발산 중이다. 윤계상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기의 목적성이 항상 진짜를 연기하는 거다, 이번 역할은 다른 인격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유머러스한 부분을 극대화해 보고자 했다"라며 "윤계상의 너스레와 코믹한 모습을 많이 녹여서 유쾌한 윤계상을 써봤다, 억지스럽지 않게 보이려고 애썼다"라고 설명했다. '진짜'를 연기한 윤계상 덕에 극은 더 경쾌해졌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윤계상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트라이'는 1회 4.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회 4.4%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재미가 입소문을 탄 뒤 3회는 5.1%, 4회는 5.4%를 기록해 점차 상승세를 보여주는 중이다. '똘끼' 충만한 윤계상의 코믹 연기로 초반 이목을 끈 '트라이'가 청춘들의 푸릇한 성장기를 본격적으로 그려내면서 SBS 금토극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