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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SK해운 부분 매입 협상이 결렬됐지만 2대 주주(지분율 35.67%)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HMM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나선 이번 협상이 성사될 경우 새 정부에서 HMM 매각이 본격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HMM 의존도가 절대적인 해진공은 HMM이 매각될 경우 존재 의미가 희박해 질 수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은 몸값 4조원으로 평가 받는 SK해운의 부분 인수가 무산되며 계획했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제동이 걸렸다. HMM은 SK해운 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인수해 벌크선(곡물·석탄·철광석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선박에 직접 적재해 운송하는 화물전용선) 비즈니스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했다.
장기 운송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강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존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벌크·자동차운반선 등으로 다각화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국내 유일 해운사로서 갖춰야 할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향후 매각 시 가격을 제대로 받겠다는 복안이었다.
SK해운은 지난해 기준 원유선 22척, 제품선 1척, LNG선 12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 7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 한국가스공사 등 장기운송 계약 위주의 사업구조여서 실적도 탄탄하다.
HMM 계획이 무산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HMM 매각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안병길 사장이 공언했던 민영화 지연이 불가피해졌지만 해진공은 존재 이유를 지속적으로 갖게 됐다.
HMM 몸값이 뛴 만큼 마땅한 인수 후보군을 찾기 어렵게 된 상황도 해진공엔 나쁘지 않다. HMM 시가 총액은 현재 약 23조2000억원대다. 2023년 12월 하림이 인수 시도에 나섰을 당시 시장 가치(6조4000억원)보다 4배가량 뛰었다.
해진공 설립 취지와 경영 방향성이 침체된 해운업 활성화 및 중소 선사·연안 선사 지원 사업이지만 HMM 없인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36.02%)과 함께 HMM 민영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헐값 매각, 속도 있는 매각도 부담이고 높아진 몸값을 감당할 인수자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해진공 관계자는 "당장 매각 공고가 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매각 추진에 소극적이라는 시각과 언급은 적절치 않다"며 "HMM 민영화 과제뿐 아니라 해운업계 전체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취임한 안병길 사장이 전문성 없는 전 정부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상황 속에 신속한 HMM 민영화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안 사장은 올해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시각에 대해 반박하며 "최대한 빨리 민영화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해양산업으로 눈을 돌리면 해야 할 사업이무 많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민영화 계획과 시기는 제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