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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원 분리를 골자로 한 감독체계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피감기관인 금융위와 금감원은 혼란 속에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은 첫 정책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개편을 앞두고 1급 공무원들이 줄퇴사한 상황에 두 수장은 롯데카드의 대규모 해킹 사태부터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산적한 금융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20일 금융위원회, 21일 금융감독원, 27일 종합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화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다. 올해 4월 법인보험대리점(GA) 2곳에서 1000여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롯데카드는 최근 해킹으로 297만명, 약 200GB의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중 28만명은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 유효성 확인 코드(CVC) 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됐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롯데카드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발생한 해킹·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피해 보상과 내부통제, 보안 투자 등 전반에 대해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도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른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보고된 사고 피해액은 227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1774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횡령, 배임,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디지털자산 2단계(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도 예상된다. 금융위는 10월 정부안 공개를 목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담보 관리·내부통제 등을 담은 2단계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감에서는 발행 인가 주체(은행 중심 여부), 유동성 백스톱·소비자보호·자금세탁방지(AML) 프레임 등 설계의 구체성이 확인될 전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11일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관련 "정부의 최근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해서는 단기적 총량 관리의 구조적 한계, 금융 접근성 저하 및 양극화 심화, 차주 중심의 DSR 규제의 한계 및 적용 예외로 인한 사각지대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은 현안 점검을 넘어 금융정책·감독 기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새 수장 체제의 정책·감독 연속성 계획과 민생 지표(민원·장애·수수료·취약차주 금리인하)가 공개 질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금융당국 조직개편 추진에 금융위는 1급 4명, 금감원은 부원장보 이상 11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해 정책 연속성 등에 경고등이 켜졌다. 1급은 장·차관을 보좌해 정책·예산·인사를 총괄하고 국감에도 배석한다. 사표를 내고 국정감 준비를 하는 기형적 상황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세협상·예산안·세제개편 등 당장 매듭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1급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자리를 비우면서 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실무 라인들이 사라졌다"며 "관리·감독 축이 흔들리는 상황에 국정감사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무위원회는 해킹에 의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김영섭 KT 대표이사,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와 '홈플러스 사태' 관련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
금융위 대상 국감 증인은 오경석 업비트 대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각각 '자금 세탁 방지의무 위반 적발·제재 검토 관련', '졸속 상장 및 상장 폐지'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미흡 지적(MBK)' 등을 이유로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는 김윤석 신협중앙회 회장 김인 새마을금고 회장, 이정의 한국ESG기준원 부원장, 김용범 메리츠 부회장 등 4명이 증인 명단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