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니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코스닥인 것 같아요. 현재 모든 관심이 코스피에만 쏠려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코스닥 2000등의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면 괜찮은 타이밍 같아요. 물론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필요하겠지만요."

최근 만난 증권사 임원들은 공통으로 국내 증시 호황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우려 섞인 말을 조심스레 건넸다. 국내 증시는 크게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만 향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통계를 보면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은 10월 기준 2922조원으로 3000조원까지 78조원 남은 상태다. 5년 전인 2020년 1981조원, 2021년 2203조원, 2022년 1767조원, 2023년 2126조원, 지난해 1963조원으로 큰 변동이 없없는데 올해 큰 폭 증가했다. 종목 수는 올해 959개로 지난해 961개보다 감소했지만 2020년 917개보다는 늘었다.

코스닥은 어떨까. 코스닥 시가총액은 올해 10월 기준 451조원이다. 2020년 386조원, 2021년 446조원, 2022년 315조원, 2023년 432조원, 지난해 340조원이다. 종목 수는 올해 1805개인데 5년 전 2020년 1471개에서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시가총액은 기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 2022년 9조원에서 2023년 10조원, 2024년 11조원, 올해 11조원으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2022년 7조원, 2023년 10조원, 2024년 8조원, 올해 7조원으로 감소세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35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 분위기를 탔지만 850선에 머무르는 코스닥은 1000을 뚫기는커녕 되레 '힘들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투자자들이 코스피 종목에만 관심을 보이는 데다 금융권에서도 코스닥 기업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코스닥 기업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업계에서는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약세 배경으로 단기 요인과 구조적 요인들이 섞인 탓이라고 본다. 투자 주체 측면에서는 외국인·기관 자금이 코스피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으며,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중심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기업 펀더멘털(기업 재무제표, 수익성, 성장성 등 내재가치 분석의 기초가 되는 지표)과 실적 측면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업종을 이끌어가는 주도주가 없는 데다 특정 섹터에 집중된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코스닥은 바이오·제약·2차전지 등 특정 섹터가 중심인데 이 섹터의 모멘텀이 약화하면 지수 전체 상승이 제약된다. 게다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코스닥 체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결정적으로 코스닥에 부실기업이 많다는 인식과 감사 의견 거절 사례 증가 등이 시장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보 공개나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약해 코스피 대비 투자자 불확실성이 크다.

25년 전, 2000년 3월 코스닥은 '2925.50'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다. 물론 '닷컴 버블'로 이룬 것일 뿐이어서 이내 주저앉았고, 현재까지도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해 상승 무드에서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환율은 국내 증시에 유리한 상황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음에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여전히 저평가된 시장으로 인식하는 배경이다. 특히 20년 넘게 억눌려온 코스닥은 몇 가지 불안 요소만 제거하면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이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코스닥 시장 정상화에 대한 구조 개편을 시사한 점은 향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강화된 '옥석 가리기'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한다면 부실기업을 하루빨리 솎아낼 수 있고, 우수기업들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현 상황을 개선하고, 자본시장 건전성을 확보해야만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다. 코스피 5000에 취해 코스닥 체질 개선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되는 이유다. 정부의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속도감 있는 정책 구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규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