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JV) 설립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양사의 소비자 데이터 공유를 금지하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소비자의 '동의'를 얻으면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사진=G마켓

신세계그룹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데이터 공유 금지' 조건에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조치가 공정위의 명령이 아닌 신세계 측의 '자진 시정' 제안이었던 데다 현행법상 소비자 동의만 얻으면 데이터 공동 활용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양사 결합으로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G마켓·옥션과 알리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의 기술적 분리 ▲해외직구 시장 내 상호 데이터 이용 금지 ▲그 외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한 실질적 선택권 보장 등을 명령했다.


머니S 취재 결과 이는 공정위의 강제가 아닌 신세계그룹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확인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양사가 관련 우려 해소를 위해 자진시정 조치를 약속했고 공정위는 향후 최소 3년간 이행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데이터 결합 가능성이 남는 이유는 현행법에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7조 1항 등에 따르면 기업은 이용 목적과 방법 등을 명확히 알리고 소비자 동의를 받으면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 공정위 발표에서도 해외직구 이외 시장에서는 소비자 동의 하에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만한 내용이 포함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업 결합 시 소비자 개인정보 공유는 금지되지만 현행법상 동의를 받은 정보 활용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 데이터 공유 사례 존재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인수합병 후 소비자 동의를 거쳐 고객 정보를 통합 운영해왔다. 구글은 유튜브 인수 후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광고 효율 극대화를 위해 고객의 동의를 받고 개인정보를 연계하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왓츠앱 인수 당시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후 이를 번복하고 광고 타겟팅에 활용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광고 및 초개인화 서비스 등에 고객 정보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양사가 알고리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력하면 일반 소비자는 데이터 공유 여부를 인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는 전문가들이 철저히 감시해야만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시장의 공정 경쟁을 감시하는 역할이고 개인정보 처리 부분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소관"이라며 규제 기관의 역할 분담에 따른 한계도 짚었다.


신세계그룹 측은 "소비자 동의하에 이뤄지는 마케팅이나 제휴 협력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통상적인 방식"이라면서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협업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된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시장점유율 37.1%로 1위, 지마켓은 3.9%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결합 이후 합산 시장점유율은 41%다. G마켓은 20년 이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확보한 5000만명 이상의 회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그룹은 세계 최상위 수준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사는 고객 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국내외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행감독위원회는 공정한 감독을 위해 합작법인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