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가 독창적인 세계를 완성한 디테일을 공개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8일 배급사 CJ ENM에 따르면 첫 번째 디테일 포인트는 만수의 집이다. 자수성가한 만수는 자신이 어렸을 적 살았던 집을 어렵게 다시 장만하게 된다. 직접 꾸린 온실부터 가족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정원까지 ‘만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70~80년대에 유행했던 '불란서 주택' 양식에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브루탈리즘을 결합해 디자인한 이 집은, 만수의 다층적인 면모를 투영하고 있다. 돌연한 해고로 남다른 애착을 지닌 집마저 잃을 위기에 처하자 점차 변화하는 만수와 그의 비밀이 곳곳에 숨겨진 공간은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할 것이다.
두 번째 디테일 포인트는 스토리의 밀도를 채우는 음악이다. 팽팽한 긴장이 오가는 가운데 빈틈을 파고드는 유머가 재미를 더하는 '어쩔수가없다'는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음악을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조영욱 음악감독이 "'어쩔수가없다'만의 유머를 살리면서도 상황에 따른 긴장감을 더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한 만큼, 음악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리듬감을 불어넣으며 귀를 즐겁게 할 것이다. 특히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런던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의 합주는, 현대와 고전을 오가는 다채로운 사운드로 색다른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Jean-Guihen Queyras)가 '르 바디나주'(Le Badinage)를 연주하며 작품에 음악적 깊이와 특별함을 더했다.
마지막 디테일 포인트는 캐릭터의 특성을 극대화한 분장이다. 벼랑 끝에 몰린 만수부터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아내 미리(손예진 분), 잘나가는 제지회사 반장 선출(박희순 분), 긴 구직 생활에 지친 범모(이성민 분), 풍부한 감성의 아라(염혜란 분), 현실과 타협해 생계를 이어가는 시조(차승원 분)까지,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직업적 특성과 심리를 반영한 분장을 통해 생동감 있게 탄생했다. 특히 송종희 분장감독이 "만수는 단정한 모습에서 출발하지만, 실직 후에는 초조함을 드러내기 위해 말라 보이고, 머릿결이 상해 보이게 표현했다", "선출이나 만수가 종이에 집착하는 전문가들인 만큼, 그들의 섬세함을 캐릭터별로 어떻게 묘사할지 많이 고민했다"고 전한 만큼, 감정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과 드라마틱한 전개, 아름다운 미장센, 견고한 연출, 그리고 블랙 코미디까지 더해진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