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음식들과 함께 판매됐던 김치말이는 고깃집의 후식 메뉴로 대중화됐다. 사진은 미필담의 김치말이 국수/사진=다이어리알

이북 지역 사람들은 한겨울 밤 출출할 때 김장독에서 꺼낸 살얼음 낀 김칫국물에 육수를 넣거나 물김치를 따로 담가 밥이나 국수를 말아 간단히 허기를 달랬다. 이 음식을 '김치말이'라 불렀는데 조리법은 집집마다 달랐다. 이북 출신 노년층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겨울철 별미였던 김치말이는 현대에 오며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김치말이는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한 지역에서 이북식 만두, 냉면, 빈대떡 같은 이북 음식들과 함께 판매되기 시작했다. 김치 국물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 남쪽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했지만 고깃집의 후식 메뉴로 김치말이국수를 소개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대중의 입맛에 차츰 각인됐다. 밥을 말아내던 전통적 형태에서 발전해 소면을 넣은 김치말이국수가 대중화됐고 최근에는 라면이나 메밀면을 활용한 응용 메뉴도 등장했다.

미필담

미필담의 내부는 바 형태의 좌석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합정동의 골목 한편에 자리한 미필담은 주인 부부의 외할머니가 전해준 황해도식 손맛에서 시작됐다. 바 형식 좌석 위주로 꾸며져 주방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바로 지켜볼 수 있다. '할머니의 만두'라는 정체성이 식당 운영의 중심이자 브랜드 스토리로 자극적인 양념 대신 담백하고 슴슴한 맛을 지향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김치말이 국수'는 직접 담근 물김치에 소면과 찬밥을 말아 이북 가정식 느낌을 낸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이 메뉴는 자극적인 양념 대신 정갈하고 담백한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양지 육수에 큼직한 만두가 담겨 나오는 '이북식 손만둣국'도 별미다. 만두를 따로 맛보고 싶다면 '접시 만두'를 주문할 수도 있다. 계절에 따라 메뉴 구성이 달라지는 것도 매력이다.

락희옥 마포본점

락희옥의 김치말이국수는 양지머리 육수, 동치미 국물, 양파와 배즙을 혼합한 국물을 쓴다. /사진=다이어리알

보쌈, 김치말이국수, 육전 등 다양한 한식 메뉴와 제철 메뉴를 선보이는 한식 주점이다. 정식 메뉴도 있어 술을 마시지 않고 식사만 하러 찾는 고객들도 상당수다. 사계절 판매하는 '김치말이국수'는 양지머리 육수, 동치미 국물, 양파와 배즙을 혼합한 국물이 내는 매콤 새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무김치, 백김치, 한우 육수에 숙성한 빨간 김치와 곁들여 내는 보쌈도 인기다.

눈나무집

눈나무집의 김치말이는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다이어리알

삼청동 끝자락에 자리한 눈나무집의 '김치말이'는 면을 넣으면 김치말이국수, 밥을 넣으면 김치말이밥으로 나뉜다. 두 메뉴 모두 1인분 6500원으로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곱게 다진 갈빗살을 양념해 떡볶이 떡과 함께 구워내는 떡갈비도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 메뉴다.

강서면옥 압구정점

강서면옥은 서울의 대표적인 냉면 전문점으로 메밀면을 사용한 김치말이 냉면을 판매한다. /사진=다이어리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냉면 전문점으로 본점은 서울 서소문동에 자리한다. 냉면과 다양한 갈비 메뉴를 선보이는 곳으로 대표 메뉴인 '평양냉면'은 맑고 깔끔한 육수와 메밀 특유의 향이 살아있는 면발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낸다. '김치말이 냉면'은 쫄깃한 메밀면을 사용하며 살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살짝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김치 육수가 별미로, 푹 익은 김치와 시원한 맛의 오이가 고명으로 푸짐하게 올라가 있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