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TV '침묵의 숲'이 연말 방송을 앞두고 제작 비화를 공개했다. /사진=마운틴TV 제공

마운틴TV의 특집 다큐멘터리 UHD '침묵의 숲'이 오는 연말 방송을 앞두고 제작 비화를 공개했다. 2년에 걸쳐 제작된 이번 작품은 '자연의 소리'를 통해 생명의 위기와 회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인간의 귀로 들리지 않는 세계의 울림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왔는지를 되묻는다.

"사라진 소리 속에서, 우리가 놓친 생명의 이야기를 듣다"

인간의 귀로 들리지 않는 세계의 울림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왔는지를 다룬 마운틴TV '침묵의 숲'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진=마운틴TV 제공

연출을 맡은 구태훈, 나수정 PD는 "소리는 생명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가장 정직하고 본능적인 방식"이라며 "이 다큐멘터리는 그 언어를 번역해 내려는 시도였다. 우리가 무관심했던 소리 속에, 사라져가는 생명의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침묵의 숲' 제작진은 전작 '대멸종의 시대, 숲'을 통해 숲 보전의 중요성을 알린 바 있다. 구태훈 PD는 "전작이 인간과 숲의 관계를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그 숲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 설명한다. 전작 '대멸종의 시대, 숲'은 2024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고 환경 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호평을 받았다.

사라진 소리를 찾기 위해 전국의 생태 현장을 기록하는 여정에서, 첫 만남은 노랑배청개구리. 우리나라 익산을 주 서식지로 하는 2020년에 처음 알려진 신종이다. 개체수가 1,0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지만, 아직 멸종위기종 등재가 이뤄지지 못했고 그 서식지가 '실시간'으로 파괴되는 중이다. 제작진은 노랑배청개구리의 울음이 가득하던 논에, 더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들이 처한 현실을 실감했다고 회상한다.
마운틴TV '침묵의 숲'은 자연의 소리를 통해 생명의 위기와 회복을 기록했다. /사진=마운틴TV 제공

또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취재 중, 로드킬로 죽은 어미 너구리를 마주한 장면은 제작진 모두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유선이 부푼 어미의 죽음은 곧장 새끼들의 죽음으로 연결될 터. 그 순간이 "이 다큐멘터리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확신을 준 계기였다"고 말한다.

세계적 석학들이 함께한 프로젝트

나수정 PD는 "아직도 인간 이외 생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 작품이 생명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작은 시작이 되길 바랐다"며 "이 다큐멘터리가 경고보다 공감과 사랑의 초대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마운틴TV 제공

이번 작품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생태학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사운드스케이프란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의 합성어로, 자연의 소리, 생물들의 소리, 인위적인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소리 환경을 뜻한다.

작품의 취지에 공감한 관련 분야 세계 석학들의 동참이 눈에 띈다.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해 온 이화여자대학교 에코생명과학부 장이권 교수, 유엔 IPBES(생물다양성 과학기구)의 공동의장을 역임한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환경연구센터 요제프 제텔레 박사(Josef Settele) 등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또한,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동물소리 아카이브' 관리자 칼 하인츠 프롬몰트 박사(Karl-Heinz Frommolt)는, 이번 작품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음향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동물소리 아카이브'는 1951년부터 녹음을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음 기록 저장소 중 하나다.

제작진은 이들과의 자문과 협력을 통해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 영역까지 포착하는 특수 장비를 활용해 생물들의 '보이지 않는 신호'를 채집하고,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이를 영상으로 번역했다.

연말 방송 예정… 생명의 교향곡이 울린다

제작진은 "이 작품은 자연을 위한 애도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대화"라며 "숲이 들려주는 진짜 소리를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사진=마운틴TV 제공

'침묵의 숲'은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나수정 PD는 "아직도 인간 이외 생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 작품이 생명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작은 시작이 되길 바랐다"며 "이 다큐멘터리가 경고보다 공감과 사랑의 초대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지리산, 오대산, 제주 곶자왈 등 30곳의 현장을 오가며 촬영됐다. 모든 장면의 소리는 현장에서 직접 채집한 소리만으로 구성되었으며, 시네마틱한 영상미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이 작품은 자연을 위한 애도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대화"라며 "숲이 들려주는 진짜 소리를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침묵의 숲'은 2025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방송프로그램제작지원사업 공공 공익 다큐멘터리 부문 선정작으로 올 연말 마운틴TV를 통해 첫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