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국내 10대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S-OIL(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를 언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석유화학 업계 자구안 제출 시한을 앞당기면서 주요 석화 기업들은 재편안을 모두 제출했다. 제출된 안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정부가 지난 8월 제시한 에틸렌 감산 목표치인 270만~370만톤은 달성 가능할 전망이다.


여수·대산 산단과 여천NCC가 에틸렌 감산에 적극 나서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울산 산단에서는 S-OIL이 내년 완공 예정인 샤힌 프로젝트 추진 의사를 강하게 고수하며 업계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울산 산단이 제출한 자구안은 정부가 요구한 시한을 맞추기 위해 단계적 접근 방식만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S-OIL 등 3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사업 재편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S-OIL이 2027년 상업 가동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의 에틸렌 생산 물량 감산을 거부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SK지오센트릭이 자사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폴리머 생산 설비 중심의 다운스트림 밸류체인 최적화 전략 수준에서만 제한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샤힌 프로젝트가 울산 산단에 들어오기 전까지 에틸렌 공급망은 비교적 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다. 현재 울산 산단 내 에틸렌 생산량은 대한유화 90만톤·SK지오센트릭 66만톤·S-OIL 18만톤 수준이다. NCC 공장 가동률도 90%대로 기초 유분 수급이 안정적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2027년부터 상업 가동되면 에틸렌 생산량 180만톤이 추가돼 약 50만톤 규모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샤힌 가동으로 울산 산단에 미치는 연간 피해 규모는 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샤힌도 생산 예정 물량 일부를 줄이는 방식으로 석화 재편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 산단 관계자는 "S-OIL이 샤힌 프로젝트 물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S-OIL이 정부의 석화 재편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정부는 에틸렌 감산 물량 산정 과정에서 샤힌 가동 예정 물량을 이미 포함한 상태다. 샤힌 물량을 제외하고 계산할 경우 향후 가동 시 다시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S-Oil) CEO. /사진=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추진으로 S-OIL의 차입금은 지난해 기준 2022년 대비 58% 늘어난 7조8060억원까지 증가했다. 회사는 투자금 조달과 상환 모두를 차입금과 회사채에 의존하고 있어 샤힌을 상업 가동해 자금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이사회에 아람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정부 입김이 닿기 어려운 배경으로 지목된다. S-OIL 이사회는 총 11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해 5명이 아람코 출신이며 지분 63.4%를 보유한 최대주주도 아람코 자회사다. 아람코는 샤힌 프로젝트를 '주요 자본 지출'로 분류하고 대여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해온 만큼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생산 물량을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수와 대산 산단 등 대부분 석화 기업들이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재편에 동참한 가운데 S-OIL은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수급 효율이 유지되던 울산 산단에 샤힌 프로젝트가 들어서며 한 차례 공급망을 위협했고 정부의 에틸렌 감산 요구에서도 사실상 제외되면서 울산 지역의 공급 과잉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3사가 일정 수준의 희생을 감수해야 울산 산단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이 이날 S-OIL CEO를 만나 이러한 업계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김 장관은 석유화학 기업 CEO들과 만나 이번 자구안에서 새롭게 거론된 여천NCC 1공장(90만톤)과 2공장(91.5만톤), 롯데케미칼 여수(123만톤) 공장 폐쇄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산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설비 통폐합을 통해 에틸렌 110만톤 감산을 결정했고 여천NCC 공장 폐쇄로 46만톤을 줄이기로 했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가장 노후화된 설비인 LG화학 제1공장(120만톤) 폐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