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불황이 수년째 지속되며 10대 건설업체들도 임원 수를 대체로 감축했다. 수주 위축에 따른 현장 감소, 실적 악화로 기업들이 조직 슬림화에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임원 감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8개사의 올 3분기 임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임원 변동 현황을 회사별로 보면 ▲삼성물산(86명→88명) ▲현대건설(84명→83명) ▲대우건설(93명→72명) ▲DL이앤씨(51명→38명) ▲GS건설(47명→43명) ▲현대엔지니어링(61명→47명) ▲포스코이앤씨(34명→29명) ▲롯데건설(58명→52명) ▲SK에코플랜트(67명→61명) ▲HDC현대산업개발(21명→32명) 등으로 확인됐다.
임원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으로 1년 만에 14명(23.0%)이 순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계약직 형태로 선임되기 때문에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21명의 임원이 짐을 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며 "4분기엔 임원 수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도 임원 수가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임원뿐 아니라 직원 수도 감소했고 현장 수가 줄어든 영향"이라며 "임원 아래 직급인 '담당'이 신설돼 신규 임원 선임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직 쇄신 과정에서 임원 수가 늘어난 회사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1명의 임원을 새로 선임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기존 임원들을 주축으로 젊은 세대 임원을 발탁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30~40대와 여성 임원을 중심으로 신규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임원 감축은 실적 부담이 커지며 조직을 슬림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해외 사업 확대와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되고 있고, 조직 운영의 효율을 높이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건설은 수주 산업인 만큼 경기 변동에 따라 조직 규모가 유동적"이라며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장기 불황 국면에 접어들며 고연봉을 받는 계약직 임원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가 힘들게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업무 등의 도입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며 조직 축소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불황에는 가장 먼저 조정되는 인력이 고연봉 계약직 임원들"이라며 건설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으면 이 같은 구조조정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