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소희 의원실(국민의힘·비례대표)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탈원전 탈가스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전력산업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정연 기자

한국이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선 원자력·천연가스(LNG) 발전에 기반한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고전력이 필요한 AI 인프라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 및 안정성을 갖춘 원자력·LNG 발전 방식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15일 김소희 의원실(국민의힘·비례대표)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탈원전 탈가스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전력산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원자력과 LNG를 주축으로 발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AI 시대 핵심 역량으로 합리적 비용의 전력 생산을 꼽으며, 그 중심에 원자력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가별로) 새로운 AI 비즈니스를 유치하기 위해 전력 중요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AI용 전력은 kWh당 100원을 넘어가면 가능성이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내 전력시장 정산단가를 볼 때도 가스는 kWh당 175원, 신재생에너지는 208원인 데 반해 원자력은 66원에 불과하다"며 "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이 원자력 발전사들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마존 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모두 AI 인프라 확장에 발맞춰 원자력 발전량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원자력이 주요 발전원으로 주목받는 만큼 차세대 원전 기술 소형모듈원전(SMR)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도 짚었다. 정 교수는 "SMR이 대형원전과 같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선 여러 개의 SMR 기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많은 운영 인력이 요구된다"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선 무인 형태에 가까운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게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약 50~60%로 설정한 2050년 에너지 믹스 전략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약 50% 수준으로 하면 첨단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100원대 초반 수준에서 전기 요금 사용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형 및 SMR 원전을 포함해 신규원전은 50~60GW 정도 필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AI 산업의 성장과 LNG 발전을 궤를 같이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날씨·계절 등에 따라서 변동성이 심해 이에 대비한 백업용 발전원이 필요하다"며 "가동·정지 속도가 빠르고 탄력적 운영이 용이한 LNG 발전의 역할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부하변동이 큰 AI 데이터센터 사이의 안정성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설명했다. 전 교수는 "LNG 발전은 회전체 동기 발전기, 관성·무효전력 자동제어 방식으로 운영돼 계통안정화에 기여한다"고 밀했다.

LNG는 정전 시 회복 탄력성이 높은 자원으로도 꼽힌다. 전 교수는 "정전 발생 시 30분 내 투입 가능한 대형 동기 발전원"이라며 "LNG는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단계적인 탈탄소 발전원으로도 주목받는다. 전 교수는 "LNG 발전은 수소 혼소 물량 확보를 통해 수소 인프라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산 수소터빈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관련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 가능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 LNG 발전의 가속화 흐름을 조명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미국의 경우 모든 시나리오에서 LNG 발전 용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게 된다"며 "2022년에 약 500GW였던 LNG 발전용량은 2050년에는 최대 약 800GW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도 원자력·LNG 발전 중요성이 커지는 데에 공감했다. 이지훈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상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곳에서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원자력 발전 인프라 기기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간다"고 했다. 황태규 GS-EPS 상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LNG 발전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하는 LNG 발전량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