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미국 클락스빌 제련소 설립에 제동을 거는 것과 관련해 "이사회 장악에만 매몰돼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가정을 앞세워 미국 제련소 건설을 폄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풍과 MBK 측은 지난 16일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3자 유상증자 배정 등을 문제 삼아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MBK 연합이 문제 삼은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AFA)'에 대해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간 상호 신뢰의 증거"라며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과의 합작사인 크루서블JV(Crucible JV)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하는 구조로 기업가치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함께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됐으며 고려아연은 이번 전략적 사업 제휴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AFA는 2년 이내 최종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선언적 합의로 미국 정부의 긴급한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필요성을 반영해 해당 기간 내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고려아연 신주 인수에 수조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2년 내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BAFA가 해지될 수 있다는 MBK와 영풍의 주장은 비합리적이며 사실과 다르다"며 "BAFA는 미국 측이 현지 제련소 건설 주체인 크루서블메탈스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 사항을 구체화하고 향후 핵심 광물 공급망 확대를 위한 추가 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자금과 관련해서도 대부분을 미국 정부가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SI)는 고려아연과 함께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을 위해 크루서블JV에 18억5000만달러(약 2조7398억원)를 투자한다"며 "미국 정부와 대형 금융기관이 크루서블메탈스에 49억1000만달러(약 7조2717억원)의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 대형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와 금융 지원에 나서는 규모는 총 67억6000만달러(약 10조115억원)로 전체 투자금 74억달러(약 10조9594억원)의 91%에 해당한다"며 "미국 정부 등이 타국 기업에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사례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번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의 핵심 광물 프로젝트는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에서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을 자국 공급망을 통해 독립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풍과 MBK 측의 공세가 거세지자 고려아연은 "MBK·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에 참여하면서도 미국 제련소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현실적 가정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이 대가 없이 지분 10%를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