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대규모 제련소 건설에 나서면서 회사의 핵심광물 생산 역량과 제련 기술 경쟁력에 관심이 모인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을 전략적 파트너로 낙점한 배경 역시 50년 이상 축적해 온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66억달러·Capex 기준)이며 운용자금과 금융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총 11조원(74억달러)에 달한다. 연간 약 110만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미국과의 협력을 본격화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제련 기술과 핵심 생산기지인 온산제련소도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연간 100만톤 이상의 비철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핵심광물 허브다.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전략광물을 포함해 총 22종의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복합 제련소로 효율성과 친환경 특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세계 유일의 '아연·연·동 통합공정'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올해 고려아연은 방위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안티모니,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산업에 활용하는 인듐 등 전략광물 생산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각 제련 공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해 유가금속 회수율을 최대 96.5%까지 끌어올렸다. 공정 혁신에 힘입어 각종 전략광물의 회수율도 60%에서 80%대로 상승했다.
저품위·고불순물 정광, 스크랩 등 복합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높은 가동률을 바탕으로 품질 안정성을 확립했으며 오랜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아연 제련 헤마타이트 공법'은 아연 회수율을 98.5% 이상으로 향상하는데 기여한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올해 10월 산업통상부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최종 포함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희소금속 회수 기술을 활용해 순도 99.99% 이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연·연·동 통합공정 기술과 복합 원료 처리 역량은 스크랩, 폐배터리, 전자폐기물(E-Waste) 등 2차 원료에서 고부가 금속을 회수 시에도 강점이 된다. 순환자원을 활용하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력은 최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경쟁우위 확보에 필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는 미국에서 발생한 2차원료 수거·전처리사업을 전개, 한미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러한 핵심 역량을 갖춘 만큼,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세계 최대 핵심광물 수요처인 미국 시장을 능동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방산 등 미국 내 첨단산업 수요를 흡수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당사가 50년 이상 축적한 통합 제련 기술과 핵심광물 생산 역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라며 "세계 최대 핵심광물 수요처인 미국 시장을 선점해 수익성 향상과 기업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