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3370만명의 계정 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가 공분을 샀다. 소비자 이탈 및 정부와 국회의 압박, 사법 리스크가 더해져 쿠팡은 사면초가 국면에 몰렸다. 사진은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사진=권창회

쿠팡에서 3370만명의 계정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경영진의 침묵과 책임 회피가 여론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실질적 총수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이 소비자 이탈과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 한·미 양국에서의 집단소송이 겹치며 쿠팡은 '사면초가' 국면에 몰렸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3370만명의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공지했다. 단일 기업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중 최대 규모로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주소, 배송지 주소, 주문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다.


사태 이후 쿠팡의 안일한 대응은 비판을 자초했다. 쿠팡은 최초 공지문에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 '노출로 표기했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사과문을 며칠 만에 내려 사태를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샀다. 국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하면서 "쿠팡의 운영이 '중대하게 중단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해 국내 정서와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

경영진의 태도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실질적 총수이자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김 의장은 사고 발생 이후 한 달 가까이 사과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며 불출석했다. 사임한 박대준 전 대표 대신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질문의 요지와 동떨어진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아 빈축을 샀다.

'탈팡' 가속… 정부·국회 압박 수위 최고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쿠팡 탈퇴 소비자행동 발대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도우 기자

소비자들은 유료 멤버십을 해지하고 쿠팡을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에 나서면서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추정치는 1488만2151명으로 지난 10월25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400만명대로 떨어졌다.

정치권과 관계당국의 압박 수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부터 31일까지 국회 과방위,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4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국세청은 지난 22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섰고 제재 수위를 검토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국내 다수의 로펌이 쿠팡을 상대로 한국과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에서는 공시 누락의 책임을 물어 쿠팡 법인과 김 의장 등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도 제기되면서 이번 사태는 해를 넘겨 장기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