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의 한 농촌 마을에서 외지인에게 '마을 발전기금'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정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성 발언까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막겠다며 인구 유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지자체 행정이 정작 현장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귀농·귀촌을 장려한다는 단체장들의 정책 기조와 달리 마을 단위에서는 이장 등 일부 마을 권력이 발전기금 명목의 금품을 요구하며 외지인을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머니S>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 농촌 마을로 이주를 준비하던 한 주민은 마을 이장으로부터 발전기금 납부를 요구받았다. 금액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조정되기도 했다. A씨는 "이장이 발전기금을 내놓으라 해서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이장은 "동네 사람들이 합심하면 네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외지인은 사실상 돈을 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분위기라는 것이 주민의 말이다.
문제는 이 요구가 자발적 기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은 "발전기금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갈취에 가깝다"며 "한 번 주면 선례가 돼 요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돈이 없다고 하자 "그럼 100만원이라도 내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대목은 강요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공공재인 도로 사용 문제까지 언급됐다. "마을 길은 우리가 해놓은 건데 너는 들어와서 누리기만 한다"는 식의 말을 하며 사실상 도로 사용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압박도 있었다는 것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도로를 두고 외지인에게 비용을 요구하는 발상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행태는 인구 감소 대응을 내세운 국가·지자체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구 유입을 말하면서도 현장에서는 외지인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이장·통장 등 소수 마을 조직이 사실상 허가권자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책임은 단체장에게 돌아간다. 인구 감소는 단체장의 핵심 과제임에도 전입·정착 정책에 예산을 투입하면서 이장들이 발전기금을 강요하는 관행을 방치한다면 이는 명백한 정책 실패다. "동네 사람들이 합심하면 막을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는 순간 이는 주민 갈등이 아니라 공권력이 개입해야 할 사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구 유입은 구호로 이뤄지지 않는다. 외지인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지자체에서 아무리 인구 증가를 외쳐도 결과는 '유입 차단'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김천의 사례는 결코 이례적이지 않다. 귀농·귀촌인을 상대로 한 발전기금 요구와 마을 조직의 과도한 개입, 외지인에 대한 텃세와 배제는 전국 농촌 지역에서 반복돼 온 민원 유형이다. 인구 감소 대응을 외치는 지자체와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들어오려면 돈부터 내라"는 관행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을 권력 구조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