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셀 3사 중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왔던 LG에너지솔루션마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SDI와 SK온 또한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금의 파고를 넘기기 위해선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심 포트폴리오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단 분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122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 3328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적자 규모는 4500억원을 넘는다. 같은 해 3분기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왔던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적자가 업계 전반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는 평가다.


부진이 심화한 데에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주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9월 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마 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자동차 기업들이 지켜야 할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전기차 성장은 더 더뎌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완성차 업체도 시장 흐름에 발맞춰 전기차 사업에 힘을 빼고 있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9조6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해지했고 SK온과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각자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SDI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874억원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SK온은 지난해 가장 실적이 안 좋았던 1분기과 비슷하게 약 29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재 블루오벌SK 전경. /사진=SK온

업황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ESS를 돌파구로 낙점하고 관련 생산능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의중요성이 커지면서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ESS 수요도 함께 늘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미국 미시간 홀랜드 단독 공장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도 연간 1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한다.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공장 일부 라인을 전환해 ESS용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약 3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울산공장을 기반으로 약 15GWh 규모의 NCA 배터리 양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SK온의 경우 블루오벌SK 구조 개편을 계기로 ESS 사업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특히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는 연간 3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마련, 내년 초부터 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각 기업 수장들도 얼마 전 신년사를 통해 ESS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영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ESS 수요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북미·유럽·중국 등에서 ESS 전환을 가속해 공급 안정성과 운영 효율화를 함께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 역시 "올해 재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고 SK온 이석희·이용욱 사장도 "ESS를 중심으로 수주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