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STO(토큰증권유통) 시장 선점을 위한 조각투자 전용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제도화 지연이 우려된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 직전 단계인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에서 이미 참여 컨소시엄이 결정 난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종심의 문턱 앞에서 막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는 조각투자 전용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가 확정돼 발표될 것이 유력했지만 정작 안건은 아예 상정되지 않았다.
이번 예비인가는 조각투자 유통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첫 단계이자 2030년 3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STO 시장 안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됐지만 금융당국이 최종 결정 앞에서 고심이 깊어진 분위기다.
앞서 금융위는 장외거래소 사업 인가를 신청한 ▲한국거래소-코스콤(KDX)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루센트블록 컨소시엄 가운데 최대 2곳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의결 직전 단계인 증권위 심의에서 루센트블록 컨소시엄이 나머지 두 곳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탈락이 유력하다고 판단한 루센트블록은 혁신 스타트업의 도약 기회를 제도권이 앗아가려 한다며 금융당국을 향해 공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에 해당 안건 상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위는 처리할 안건이 많은 데다 해당 안건의 상정 여부는 사전에 결정된 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 의결 안건이 즉시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되진 않는다"며 "해당 안건이 상정된다는 공식 입장도 없었고 사안의 중요도를 감안해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금융위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업계에선 엇갈린 반응이다.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여었던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금융당국의 신중한 검토 취지에 공감한다"며 " 재심의 및 최종 결과 발표 과정에서 추가로 요청되는 사항이 있다면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심의 과정을 통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제정 취지와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제도화 이후에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책임질 수 있는 구조인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의 공로와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은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실험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이지 영구적인 시장 지분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실험 종료 뒤 모든 사업자가 동일한 인가 기준으로 재평가받는 것이 공정한 구조"라며 "루센트블록 사례는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개별 기업의 서사를 제도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며 업계 대부분의 사업자는 제도에 맞춰 조용히 준비해 왔다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심사숙고에 들어가며 제도화가 지연될 우려가 제기됐지만 해당 안건이 언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금융당국이 올 상반기 안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시장 개설을 목표로 한 만큼 결론 도출까지 시간이 더 지체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의 긴급 기자회견 등이 당국의 결정 지연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정확한 결정 시점 등은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