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일해도 無수당… '슈퍼슈퍼 노예'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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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롯데슈퍼 A지점에서 근무 중인 김민수씨(가명)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입사 후 김씨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근로계약서에 명기된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와 달리 실제 근무시간은 15시간을 훌쩍 넘는다. 통상 8시 이전 출근해 자정이 다 돼서야 겨우 퇴근하는 식이다. 이 지점의 정직원은 점장과 김씨를 포함해 3명 뿐. 누구나 쉬는 휴무일에도 점장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연차가 있긴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반면 노동 강도에 비해 받는 월급은 쥐꼬리다. 아무리 시간 외 근무를 해도 수당지급에서는 20시간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주 수요일 행사 준비 땐 전날 죽어나고, 재고조사라도 있는 날엔 쉬는 날에도 불려나가 아침까지 일을 한다”며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2. 그나마 직원이 3명인 곳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롯데슈퍼 B지점에서 근무 중인 이영훈씨(가명)는 점장과 단 둘뿐이다. 그렇다 보니 누가 오픈을 하고 누가 마감을 하랄 것도 없는 풀 근무(오전 8시~오후 11시30)가 일상이 돼버렸다. 휴무일에도 ‘행사다 발주다 재고조사다’ 불려나와 매장을 지키기 일쑤. 이씨의 소망은 ‘하루라도 푹 자고, 휴무 날 눈치 보지 않고 푹 쉬어보는 것’이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상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회사, 자식이 태어나도 산부인과에 가지 못하는 회사, 이게 바로 롯데슈퍼 현실이라는 직원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라며 “인원 충원, 시스템 전환 등 롯데의 직원 처우 문화가 하루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인적인 업무강도, 불합리한 근무조건, 권위적인 조직문화'. 국내 SSM업계 1위인 롯데슈퍼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처지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최근 도마에 오른 ‘롯데 노예문화’는 이처럼 열악한 처지에 내몰린 직원들의 절규였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열정의 이름'으로 노동착취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모 점포에서 5년간 근무한 권모씨(현재 퇴사)가 장문의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게재했다.

두 시간 뒤 일방적으로 삭제된 이 글에서 권씨는 세가지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고통분담 강요 ▲권위적인 조직문화 ▲ 직원처우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이다.

당시 권씨는 회사 측에서 어려운 상황을 공공연하게 강조하면서 직원들이 힘들게 일하는 것에 대한 고통분담을 회사에 대한 애사심인 듯 강요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등 군대문화와 비슷한 폐쇄성이 조직 내부에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권씨는 또 하루 15시간이 넘는 풀타임 근무시간은 물론 휴무도 마음껏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물론 권씨를 포함한 롯데슈퍼 직원들은 고강도 업무를 소화하면서도 시간 외 수당조차 받지 못했다. 롯데슈퍼의 경우 하루 1시간 단위로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기로 돼 있지만, 실제 시스템상으로는 시간과 관계없이 10시간으로 동일하게 근무시간을 입력할 수밖에 없게 돼있다. 한달에 인정되는 초과 근무 시간은 최대 20시간 뿐이다.

권씨는 “이런 내부적인 문제들이 현재 롯데의 노예문화를 만든 것”이라며 “‘롯데’라는 이름을 보고 경력직으로 들어와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다녔지만 지난 5년 동안 일한 만큼 수당도 못 받는, 어떤 대우도 없는 회사를 왜 다녔는지 억울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롯데 조직문화 개선’ 움직임이 확산됐다. 권씨는 해당 글을 다음 아고라 청원사이트에 올렸고, 관심이 몰리면서 서명인원이 2000여명에 육박했다. 일부는 개인 블로그에 관련 문제를 다뤘고, 롯데슈퍼 직원들은 이 글에 격한 공감을 표하며 한 목소리로 ‘변화’를 외쳤다.

◆외형 급성장… 내실은 부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롯데슈퍼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지난 6월11일 최춘석 대표이사 명의로 ‘롯데슈퍼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내놓고 인트라넷에 게재했다. 해당 안에는 다음 달 내 인력 충원, 불편한 점포 업무 정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롯데슈퍼 직원들은 “개선방안 시행 2주가 넘도록 달라진 게 없다”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의 전시성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본사 측은 개선안을 발표한 이후 일부 지역 점장들에게 매출실적 저조를 이유로 오히려 근무 강화를 강요하는 등 이중행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선 노조 결성의 의지까지 모아지고 있다. 롯데슈퍼 내부 한 직원은 “(사측의 개선방안은) 사실상 내용이 갖춰지지 않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통보에 불과했다”며 “제일 중요한 건 인원 충원이다. 그냥 충원해주겠다는 말보다 점포 매출, 현 인원을 감안해 최소 몇%까지 충원해 주겠다는 구체적인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롯데슈퍼 측은 일부 불합리한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롯데슈퍼 한 관계자는 “문제가 거론된 후 다방면의 직원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일부 점포에서 중간관리자들이 회사 시스템과 다르게 운영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단계별로 개선하고자 개선안을 마련했고 1차적으로 6월 말, 2차 7월 중순까지 개선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 유독 롯데의 조직문화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외형적으로 급하게 성장하다보니 내실을 다지는 데 부족한 부분이 다소 있었다”며 “이번 문제 제기가 롯데에게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임직원 모두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의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시민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롯데 직원들의 제보를 받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라며 “자료 취합이 완료되는 대로 참여연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춘석 롯데슈퍼 대표, 부임하자마자 ‘구설'?

15시간 일해도 無수당… '슈퍼슈퍼 노예'의 불편한 진실
최춘석 대표는 올 1월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광운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1987년 롯데백화점 판매, 1995년 롯데마트 매입팀, 2004년 롯데마트 상품2부문장, 2005년 롯데마트 상품1부문장, 2008년 롯데마트 혁신부문장, 2009년 롯데마트 판매본부장, 2010년 롯데마트 상품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롯데마트 출신의 상품전문가’로 대표직에 오를 당시 롯데슈퍼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6개월도 채 안 돼 구설에 오르는 신세가 됐다. ‘때 아닌 조직 문화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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