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휴가철이 돌아왔다. 주식시장에서는 휴가철이 되기 전부터 일명 ‘여름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통상적으로 7~8월 성수기에 진입하기 전인 5~6월에 여름수혜주의 주가가 먼저 상승한다. 본격적인 매출 신장이 나타나기 전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예상치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복병이 국내를 뒤흔들며 내수를 위축시킨 것. 특히 여름수혜주의 대장주인 여행주는 메르스 여파로 여름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주춤했다.

위기도 잠시, 메르스 확산세가 잦아들며 조만간 종식선언이 내려질 것으로 알려지자 여행주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로 인한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면 이슈가 소멸된 지금이 매수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인천공항.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인천공항.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 잠시 스쳐 지나간 메르스
여행주는 지난해 침체됐던 업황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올 들어 큰 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여행업종 대장주인 하나투어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6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4.93% 증가했다. 매출액은 11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5%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27억원으로 64% 증가했다. ‘2등주’ 모두투어도 매출액 504억원, 영업이익 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25.01%, 115.25% 늘어난 성적표를 내놨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나투어의 주가는 연초부터 지난 5월 중순까지 8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칠 줄 모르고 달렸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메르스라는 폭탄이 국내에 떨어지면서 너도나도 여행계획을 취소하고 나서자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14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10거래일여 만에 10만원대로 폭락한 것. 모두투어도 마찬가지. 하나투어와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리던 주가가 메르스 이후 17%가량 떨어졌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6월은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메르스로 인한 일부 상품의 예약 취소와 함께 신규예약이 위축됐다”며 “이에 1~5월 사이에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던 내국인 출국자 수가 9% 증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STOCK] 여행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발길이 멈춘 점도 여행업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수는 약 6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었다. 특히 고성장세를 지속해온 중국인 입국자수가 45.3% 감소했고 같은 중화권 국가인 홍콩과 대만의 입국자 수도 각각 75.5%, 75.9%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초부터 이어진 외국인 단체관광객의 여행취소 건수 중 72%가 중화권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의 영향으로 관광객 수가 급감하며 약 한달간 시름시름 앓던 주가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난 7월 초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 7월23일 기준 신규 메르스 감염자가 18일째, 사망자가 12일째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 누적 감염자 수 186명, 누적 사망자 수 36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염성이 높은 질병의 특성상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게 되므로 출국수요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이 경우에는 전염병이 진정되는 즉시 수요가 회복되므로 영향은 단기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전염이 진정된 이후 출국수요가 바로 회복된 바 있다”며 “공포국면이 지나면 여행주도 단시일에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적중했고 여행주의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초 12만원대에 머물던 하나투어의 주가는 지난 7월20일 2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모두투어도 같은 기간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STOCK] 여행주

◆ 면세점 등에 업고 ‘훨훨’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선언이 발표되면 기본적으로 국내 출입국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출국자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와 관련이 깊은 여행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발표가 8월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9월 이후부터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입국자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존과 같은 20~30%대의 성장률로 단번에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출국자는 7월 말부터 원래의 성장률로 회복하며 하반기에는 출국자와 관련된 여행주의 실적이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여행주의 하반기 가장 큰 상승 모멘텀으로 면세점을 빼놓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하나투어의 시내면세점 컨소시엄인 SM면세점은 지난 7월10일 서울지역 중소중견 면세사업자로 선정됐다. 게다가 오는 9월에는 인천공항에도 면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성 애널리스트는 “두군데를 합친 2016년 추정 매출액은 2468억원, 영업이익은 99억원, 순이익은 74억원”이라며 “여행업과 호텔업에 면세점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사업부의 이익까지 개선되는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나투어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 20만원을 제시했다.

이번 대기업 면세점 입찰에 현대백화점과 합작으로 참여한 모두투어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지인해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만료되는 면세점사업권 5개의 라이선스를 위한 패자부활전에 모두투어도 입찰할 가능성이 높아 면세점 모멘텀은 끝나지 않은 스토리”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투어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만4000원을 제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