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한국처럼 선진국 되길"… 라트비아 부총리의 바람 [김태욱의 세계人터뷰]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단독 인터뷰… "독일, 러시아 가스 수입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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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지난 9일(한국시각)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비대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중인 파브릭스 부총리(왼쪽)와 칼닌스 라트비아 합참의장과 악수를 나누는 파브릭스 부총리. /사진=김태욱 기자(왼쪽)·파브릭스 부총리 인스타그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70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대륙이 러시아 가스·원유를 놓고 입장이 나뉘었다.

독일은 "늦여름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반면 러시아 가스 의존율이 90%를 넘어서는 라트비아의 경우 전쟁 발발 직후 곧바로 금수조치를 선언했다.

라트비아 국회는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월28일(이하 한국시각)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공동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자 하는 시민은 도울 수 있어야 한다"며 자국민의 참전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머니S는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아르티스 파브릭스(Artis Pabriks) 라트비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비대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브릭스 부총리는 "러시아의 폭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전 세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 1939년을 잊어선 안돼"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의 모습. /사진=로이터
- 라트비아는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다. 국회가 전쟁 직후 통과시킨 법안과 러시아 가스 금수조치가 대표적이다. 러시아 가스·원유 수입을 이어가는 독일과 대비되는데.

▶라트비아는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 중에서는 작은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중요한 발틱 국가인 우리는 역사적으로 끝없는 침략을 겪었다. 이는 라트비아 대다수 국민들이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뭉친 배경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2차 세계대전에서 인구의 30%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1913년도 라트비아 인구는 250만명이었다. 우리의 이웃 핀란드는 당시 인구가 300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라트비아 인구는 200만명으로 줄어든 데 반해 핀란드는 550만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한다. 이처럼 우리는 소련의 위협과 전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러시아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줬다. 러시아는 제국으로서의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경제적 발전이나 문화 등을 통해 제국을 꿈꾸는 것이 아닌 군사적 침략을 통해 이를 꿈꾼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러시아는 군사적 확장을 지속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2억유로(약 2687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군사적 지원을 한 이유기도 하다. 해당 금액은 우리나라 1년 국방예산의 25%다.

- 전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에도 러시아의 만행은 지속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다. 중요한 점은 (러시아) 크렘린궁이 심각한 병력손실을 겪고서도 퇴로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러시아의 권위주의 통치가 초래한 문제기도 하다. 크렘린궁은 자신들의 군사력 과시에만 몰두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전쟁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동맹도 중요하지만 자주국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 외교적 셈법도 복잡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러시아의 '평화협상'은 완벽한 거짓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급히 협상안에 승인하는 것은 큰 실수다. 러시아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떠난다는 조건이 있어야 진정한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철군 없는 협상은 크렘린궁이 목표하는 바에 불과하다.

- 러시아는 민간인을 사살하는 등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휴전 혹은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시급하다. 해법은 무엇인가.

▶방금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과 전화통화해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 지금으로서는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금전적·인도주의적 지원 등 2가지 방법만이 해법이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물러설 곳이 없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중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꺼리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앞서 독일도 전쟁 초기 무기 지원을 꺼려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유럽 관계자들에게 '1939년을 잊어선 안돼'라고 말한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1939년 나치가 영국에 선전포고하자 급히 (미국)워싱턴에 전화해 전투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싸우지 마. 포기해. 그것이 사람을 더 살리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역사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줬다.


"독일, 러시아 가스 금수조치 발표해야… 우크라이나의 EU 패스트트랙 가입 고대"


사진은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사진=김태욱 기자(왼쪽)·파브릭스 부총리 인스타그램
- 우크라이나는 대러 제재 중에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요청한다. 하지만 유럽 내 몇몇 국가들, 가령 독일은 러시아 가스를 포기하는 걸 상당히 주저한다. 독일이 계속 러시아 가스를 수입한다면 현행 대러 제재도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동의한다. 매번 독일 관계자들을 만나 강조하는 내용이다. 독일이 그동안 러시아와 깊은 경제적 유대관계를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라트비아)는 전쟁 이전 러시아 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나 즉각 수입중단을 결정했다. 독일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이 지불하는 돈이 러시아 군부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독일의 금수조치는 경제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피를 흘리기 싫다면 차라리 돈을 흘리는 게 낫다.

- 다시 무기 지원 이야기로 돌아와서 라트비아가 여러 서방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군에 서방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득중이라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소련제 무기에 익숙한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전투기를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 시간이 걸려 실전에 바로 투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도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소련제인 MI-17 헬리콥터를 지원하지 않았나.

▶ '서방 전투기 설득'으로 특정하기보다는 '서방 무기'라는 포괄적 표현이 정확하다. 물론 전투기는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당장 내일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에게 소련제 무기를 지급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중요한 사실은 서방·소련제 무기를 동시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방 대공화기는 훈련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도 언젠가는 군을 개편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분명 서방 무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국방부는 항상 최악을 상정해야 한다. 전쟁이 내일 끝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NATO군이 언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하나.

▶NATO는 러시아가 전쟁을 격화시키지 않는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전쟁 초기 NATO는 간접 지원도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다시 말하지만 러시아가 전쟁을 격화시킨다면, 즉 핵 위협 등이 구체화된다면 전쟁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아울러 크렘린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러시아는 NATO가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거짓 프로파간다를 일삼는다. NATO가 '공격적인 단체'였다면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 인접 국가들이 러시아를 믿지 못해 가입을 희망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도 언젠가는 NATO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NATO 가입 신청 여부는 우크라이나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을 청하지 않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그들이 신청한 EU 가입이 우선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대한 패스트트랙으로 가입절차가 진행되면 좋겠다. 물론 가장 희망하는 사항은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가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폐허에서 주요 선진국으로… 우크라이나 미래도 그러길"


사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EU 패스트트랙 가입과 전쟁 이후의 우크라이나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매우 밝은 미래를 예상한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한국이 좋은 예다. 한국은 전쟁을 치르며 어려움을 겪은 국가다. 하지만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 오늘날 세계 주요 선진국 중 하나로 거듭나지 않았는가. 한국 GDP는 러시아 GDP보다 규모가 크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 마지막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평상시에는 다수의 히어로(영웅)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영웅은 전쟁 등의 위기를 통해 가려진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라트비아 등 평화를 사랑하는 민주진영 국가들이 모두 뭉쳐야 한다. 서방, 아시아 등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러시아의 만행을 다 함께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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