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거제 A조선소로 출퇴근을 하는 김청도(39) 씨는 얼토당토않는 거가대교 통행료에 혀를 찼다. 6000원 정도로 예상했던 통행료가 1만원으로 잠정 결정됐다는 보도를 보고 난 뒤다. 김씨 주변에는 이 같은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이 많다. 개통을 앞두고 부산 서면 등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도심으로 거처를 옮긴 이주자들이다.
거가대교의 요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거가대교 통행료 징수방안의 요금체계를 보면 소형차(승용차 및 16인승 이하 승합차, 2.5톤 미만 트럭) 1만원, 중형차(버스, 10톤 미만 트럭) 1만5000원, 특대형차 3만원, 경차 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18.38km의 인천대교 통행료 5500원과 비교하면 8.2km의 거가대교 요금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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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결정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경남도의회를 주축으로 업체 특혜논란이 지속됐지만 실태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요금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또 사업 시행사인 GK해상도로와 부산시, 경남도 등은 과다요금부과라는 지역민의 하소연에 불과 770원만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먹튀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부산~거제 연결도로의 건설 관리 운영 등을 총괄하는 GK해상도로의 최대지분을 보유한 대우건설이 보유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거제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거가대교 개통대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12월21일 성명서를 통해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 데다, 대책위가 사업비 실체규명을 위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운영권 매각 추진은 먹튀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GK해상도로는 대우건설이 최대지분인 43.45%를 보유한 회사이며, 이외에도 대림산업(21.3%) 두산건설(13.6%) SK건설(8%) 고려개발(5.7%) 한일건설(5.3%)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GK해상도로 매각을 통한 사업비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40년 동안 통행수익을 챙긴다 해도 지역민의 저항 때문에 결국 요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한창 몸값이 올랐을 때 매각하는 것이 이익이 아니냐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금시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통에 울고 웃는 사람은 누구
거가대교 개통으로 인해 부산~거제 구간의 거리는 140km에서 60km로, 시간은 13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됐다. 두 지역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지역민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가덕도나 부산 하단 인근의 상인은 ‘거제도 조선소 사람들은 이제 우리 손님’이라며 들떠있다. 비교적 물가가 높은 거제 옥포에 비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승합차를 활용한 픽업 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손님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A조선소에 근무하는 김범성(33) 씨는 “거가대교 개통으로 각종 술자리가 부산에서 잡히는 사례가 늘었다”면서 “부서 신년회도 부산에서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거제도에 식음료자재를 공급하는 상인들 역시 함박웃음이다. 주로 농·축산물을 실은 트럭을 운행하는 이들 업체는 통행료가 높게 책정되더라도 거제도 물가가 높아 마진을 챙길 수 있어 거가대교 개통을 반기고 있다.
거가대교 연결구간과 인접한 부산 서쪽지역인 서구, 중구, 사하구, 강서구 일대 부동산도 활기를 띄고 있다. 생활환경이 갖춰진 부산에서 출퇴근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 지역의 전월세 매물이 소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유입인구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도 매출이 늘었다. 개통 최대 수혜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거가대교 개통 첫 주말인 17~19일 하루평균 2만~3만명의 고객이 더 늘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관계자는 “1주년 기념 판촉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이라 고객이 많이 몰리긴 했지만 거제 통영지역에 한정해 배포한 쿠폰이 2000장이나 회수됐다”면서 “이 지역에서 1만명의 고객이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이 들떴다면 거제는 울상이다. 새로운 교통로가 규모가 큰 도심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른바 빨대효과 때문이다. 빨대효과를 가장 우려하는 곳은 거제시다. 거제시는 인구감소로 인한 세수감소를 우려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에서 직원 편의를 위해 운행하려는 통근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가대교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여객선 업체들이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쾌속선사와 부산~창원(진해)을 잇는 카페리호의 무더기 폐업이 예정돼 있다. 무료통행구간이긴 하지만 이미 절반 가까이 승객이 줄면서 일부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그나마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주요관광지의 수입 증가가 거제의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