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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대우조선노동조합 |
이미 두번 무산된 대우조선해양 주식 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대우조선노동조합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가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최종 협상 대상자로 내정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노조 측은 "금융위가 매각 주관사 선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면 총파업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가 사업주가 아닌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경쟁사에 회사 기밀 유출 우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공적자금위원회는 지난 2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넘겨받아 관리 중인 대우조선 주식 17.15%(3283만5316주)에 대한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내정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지난 7월11일 '이해상충 문제가 있는 매각 주관사 내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증권-골드만삭스, 현대증권-크레디트스위스, 한국투자증권-JP모간, 우리투자증권-BoA메릴린치 등이 매각 주관사 후보로 참여했으나 금융위가 최종 협상 대상자 내정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이해상충 문제가 전혀 발생되지 않았던 우리투자증권의 탈락에 있어서는 최대 이해당사자인 대우조선노동조합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 측이 주장하는 구체적인 반대 입장은 이렇다. 삼성증권은 삼성중공업과 같은 기업군이라 대우조선의 기술 및 경영비밀 유출방지 확약이 어렵다. 또한 삼성증권은 지난 2006년 금호그룹에 대우건설을 매각했던 주관사로 당시 부실매각을 진행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이처럼 부적격 논란을 일으킨 곳임에도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매각 주관사 선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골드만삭스가 매각 주관사로 내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골드만삭스가 현재 중국 조선소의 자문을 맡고 있기 때문. 또 지난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다가 중국 조선소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면서 철회됐던 곳이 다시 내정된 것도 부적격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조선업계가 불황인 탓에 헐값에 지분이 넘어갈 것이 뻔한데 급히 매각하려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강하게 내세웠다. STX조선해양이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시기에 대우조선 매각이 재개된 것에 대한 우려에서다. 더구나 지난해 성동조선에 이어 올해 STX조선 등 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마저 매물로 나오는 것은 업계의 악재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이처럼 금융위의 매각 주관사 내정 등을 놓고 노사는 결국 지난 7월12일 매각 주관사 선정 반대 대정부 투쟁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매각 반대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전체 노조원의 87% 이상이 찬성한 만큼 노조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성만호 대우조선해양노조위원장은 "금융위의 매각 주관사 선정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조합원들은 대우조선 전 구성원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더 높여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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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대우조선노동조합 |
◆매각 거론될 때마다 피해 반복
노조의 매각 주관사 선정 반대는 지난 2008년과 2011년 무산된 두번의 매각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매각 절차에 들어갈 때마다 주가폭락뿐만 아니라 외국 선사들과의 수주경쟁에서 밀리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실제로 대우조선 주가는 지난 2월 3만2100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매각 주관사 선정 등이 거론되면서 7월18일 현재 2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4만8000원대였으며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할 때 제시한 가격은 주당 6만1000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은 실적에 있어서도 고전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863억원으로 전년대비 55.3% 줄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 감소했다. 또 대우조선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7760억원과 64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758억원에 그쳤다. 이는 조선업황이 가라앉고 대우조선이 외국 선사들과의 수주경쟁에서 밀려난 부분이 중첩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조선업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시간을 정해놓고 팔겠다는 게 아니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매각 시기나 방식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새 주인 맞을 가능성은?
공적자금위원회가 넘겨받은 지분 17.15% 외에 산업은행 지분마저 팔리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인까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노조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우조선 최대주주는 지분 31.3%를 보유한 산업은행이다. 따라서 금융위가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넘겨받은 17.15%의 지분을 팔아도 경영권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위는 경쟁 입찰이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세일) 외에 산업은행에 대우조선 지분을 위탁한 후 산업은행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까지 묶어 경영권을 통째로 파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최대 50%에 육박하는 지분이 한꺼번에 매각돼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만날 수도 있다. 더구나 보다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조선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17.15%만 매각한다고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니까 산업은행 보유지분까지 한꺼번에 묶고 경영권을 얹어서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