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의 긍정적인 임상 및 비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기술수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H.O.P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인포그래픽=강지호 기자

한미약품이 차세대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공개된 핵심 후보물질의 긍정적인 연구 결과로 기술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DA 2025에 참가해 비만 혁신 신약 6건의 비임상 및 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후보물질에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에 따라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 ▲HM15275 ▲HM17321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삼중작용 비만치료제 HM15275의 임상 1상 결과가 ADA 2025에서 처음 공개되며 주목받았다. 건강한 성인과 비만 성인 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고용량군(0.5→8mg)을 4주간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평균 체중 감량률이 4.81%로 나타났다. 일부 환자에선 43일차에 최대 10.64%까지 체중이 감소한 사례도 확인됐다.

HM15275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을 동시에 표적하는 삼중 작용제로, 기존 GLP-1 계열 약물의 근손실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임상 연구에서 HM15275는 비만 동물 모델에 반복 투여 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GLP-1 단일제)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GLP-1·GIP 이중제)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HM15275는 장기 투약 시 동일 계열인 일라이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지방은 줄이되 근육량은 보존하는 차별성도 확인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차세대 후보물질인 HM15275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올 하반기 다국가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며 결과는 2027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수출 '노크'… 상용화 '속도'

한미약품 R&D센터 연구원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와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의 주요 연구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토대로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의 비임상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HM17321은 직접적인 근육 작용을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을 조절함으로써 제2형 당뇨병(T2D)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HM17321은 코르틴코트로핀 방출 인자(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유로코르틴(UCN) 2 유사체다. 지방을 줄여주면서 근육량을 늘려주는 후보물질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다국가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15275와 HM17321은 한미약품이 기술수출을 우선 검토 중인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이번 ADA 2025 발표에서 기존 비만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면서 기술수출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올 3분기 내 마무리하고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임상부터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HM15275는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하반기 임상 2상에서는 장기 투여에 따른 체중 감량 및 제지방 보존 효과의 차별성이 검증될 필요가 있다"며 "HM17321은 근육량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기존 비만치료제 개발사들이 단독 또는 병용 투여용 후보로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