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의 칸막이를 없앤 복합점포시대가 열렸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과 증권전문가를 동시에 만나 상담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은행과 증권사 역시 한 점포 안에서 각각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내부시너지 창출'과 '수익성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합점포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원금보장'을 중시하는 은행과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증권사의 성격이 달라 의외로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이 올해 복합점포를 추가 개설하거나 확장하려는 조짐을 보이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재테크 방향이 바뀌는 흐름에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합점포시대 열리다
NH농협금융이 지난 5일 은행과 증권거래가 동시에 가능한 복합점포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를 오픈했다. 이 복합점포는 서울 세종로 광화문빌딩 10층을 통째로 사용한다. NH농협금융은 광화문을 시작으로 여의도 등 10여곳에 복합점포를 새로 개점할 계획이다.
복합점포는 은행·증권사 등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함께 입점해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복합점포는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7개 금융사는 이미 BIB(Branch In Branch) 형태의 60여개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무늬만 복합점포'라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다.
BIB 형태의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 점포 사이의 칸막이나 별도 출입문을 설치해야 하는 규제로 실질적인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다. 은행 직원과 증권사 직원이 고객 상담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없어서다.
다행히 올해부터 금융당국의 규제가 완화됐고 칸막이를 없앤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가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면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 금융규제개혁을 추진한 금융당국은 물리적 분리 규제 폐지 등으로 복합점포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한자리에서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공동상품을 판매하거나 상담할 수 있게 됐다. 고객정보도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림에 따라 복합점포시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고객이 복합점포 내 공동상담실에서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복합점포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되면서 지금까지의 금융거래 관행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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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 문을 연 1호 복합점포 ‘NH농협금융플러스 센터’.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은행·증권사, 수익성↑ 기대
복합점포의 등장으로 금융지주 소속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과 증권사를 합쳐서 복합점포로 만들 경우 한 지점을 폐쇄할 수 있어 임대료와 운영비 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복합점포를 운영하면 기존 점포를 재활용할 수 있다"며 "복합점포 활성화와 함께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교차판매(Cross Selling)가 늘어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예컨대 일반 은행지점에서는 고객 1인당 예·적금·카드 등 3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복합점포에서는 펀드와 채권 등이 더해져 1인당 평균 가입상품 수가 5개를 넘는다. 게다가 은행원과 증권전문가의 설명도 들을 수 있어 고객확보에 유리하다.
복합점포는 은퇴시장에서도 강점을 발휘한다. 지난해 베이비붐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50대 창업이 15%나 늘었다. 한 투자증권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50대는 평균 1억4000만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자금은 목돈인 데다 은행예금이 최근 초저금리로 매력을 상실하면서 복합점포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복합점포가 활성화되고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가 도입되면 이들 베이비붐세대는 은행과 증권사가 함께 있는 복합점포로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복합점포는 분명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복합'이 아니라 실제 은행과 증권사의 '융합'이 중요한 만큼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복합점포가 처음으로 등장한 시점에서 실제로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성격 달라 시너지 '느릿'
일각에서는 복합점포의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같은 금융그룹 소속이라도 은행과 증권사의 성향이 달라 시너지를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규제완화 여부를 떠나 은행과 증권사의 공동영업으로 발생하는 시너지가 의외로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은 기본적으로 증권사와 은행 고객의 투자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밑그림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한 은행 직원이 관리하던 고객이 복합점포에서 증권사 상품을 함께 권유받는다면 영업적으로 현혹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없게 만들고 결국 복합점포의 흥행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층이면 모를까, 최근 투자자들의 재테크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본래의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에 보험을 합친 형태다. 그러나 보험업계가 이에 반발하면서 금융당국이 단계적으로 허용했다. 따라서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복합점포는 아직 완전한 형태가 아니다. 보험사의 입점이 허용되지 않아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규모가 작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권은 올해 기존 복합점포를 다시 꾸미거나 새로운 복합점포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복합점포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곳도 눈에 띈다. KB금융은 현재 운영 중인 복합점포 외에 새로운 복합점포를 더 개설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을 합친 기존 복합점포 7곳에 올해 13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반면 신한금융은 25개 전국 주요거점에 설치한 복합자산관리점포(PWM)센터의 대상고객만 확대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과 함께 4곳의 복합점포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