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나하나는 ‘섬’이 아니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단 며칠도 살 수 없다. 오늘 아침상에 오른 모락모락 김나는 밥은 누군가의 땀 흘린 일년 농사의 덕이고, 그 밥 한술을 담은 숟가락도 누군가의 소중한 노동의 결과다. 그 쌀과 숟가락을 집 주변 상점에 힘들여 운반한 사람들, 열심히 상점에 진열해 판매한 점원까지 수많은 사람이 있다.

한 나라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전세계가 하나로 묶인 지금 우리나라의 내일 주가지수는 한국경제 상황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의 ‘모든’ 경제 상황이 결정한다. 당연히 정확한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필자는 물리학자다. 물리학의 다양한 연구분야 중 수많은 물리입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커다란 규모의 거시적인 성질을 결정하게 되는지를 연구하는 ‘통계물리학’이 전공이다.

이 문장에서 ‘물리입자’를 ‘경제주체’로 바꿔 읽어보라. 수많은 경제주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시적인 경제현상을 만들어 내는 주식시장에 통계물리학자가 관심 갖는 이유다. 물리학자가 자연현상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리학 이론을 적용하고자 하는 대상이 되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 밖의 주변 혹은 외부 사이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손에 쥔 돌멩이를 놓으면 아래로 떨어진다. 이것이 자연현상이라면 균일한 중력장 안의 돌멩이가 바로 시스템이 되고, 그 밖의 모든 자연현상은 ‘외부’가 돼 사유의 경계 밖에 놓인다. 손에서 놓은 돌멩이가 어떻게 떨어지는지 기술하기 위해 그 돌멩이를 놓은 필자가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경제현상은 물리학자에게 익숙한 자연현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해하려는 대상인 시스템의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는 국내 많은 기업의 경제활동에서 영향을 받지만 나라 밖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당연히 국내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 자본의 유출을 늘린다.
[청계광장] 주식시장의 안과 밖

우리나라의 주식시장만을 시스템 내부로 생각하면 놓쳐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반대로 시스템을 크게 잡아 전세계의 모든 경제활동을 포함하면 시스템의 경계 밖으로 도망가는 경제활동은 없겠지만 전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경제현상의 이해도 결국은 시스템 내부를 설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설정된 시스템의 밖에서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을 경제학 용어로 ‘외부효과’라고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