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문재인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승부수를 띄웠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위원장으로 있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안정화시킨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선대위 안정화 과정 동안 문 대표는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더민주 지지도를 끌어올린 바탕이 됐던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불어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함으로써 대표직 사퇴 후에는 야권 통합을 향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대위가 안정 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표 본인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특히 "그 동안 지키고자 했던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원칙과 약속이었다"며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켰고, 혁신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이는 최근 그가 선보인 ‘인재영입’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표는 지난주까지 인재영입을 통해 각계각층의 인사를 입당시켰고, 자진 하차한 ‘인재영입 2호’ 김선현 교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호평을 받았다. 특히 더민주가 과거 운동권 혹은 시민사회권 인사를 주로 영입했던 것과 달리, 치안, 외교·안보, 재정, 법률, 디자인, 전문경영, 국제통상, 벤처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로 포진해 ‘정책 정당’으로의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문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 문 대표의 ‘인재영입’은 더민주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더민주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당내 전·현직 의원 및 시·도 의원들의 탈당 행렬이 계속됐다. 그러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영입을 시작으로 1일 1명의 인재영입으로 더민주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이 창당 추진 중인 국민의당으로 지지도를 바꾼 호남민심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 대표가 약속한 ‘공정한 공천 시스템’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함으로써 물꼬를 텄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는 문 대표가 말한 공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친노 패권’이 회자됐고,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을 ‘원톱’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분위기는 반전을 이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어를 가져간 거지"라고 평하면서도 김 전 수석의 경제민주화 지론에 대해 "우리나라 실정에 너무 과하다" "좀 안맞았다"고 밝히는 등 더민주의 ‘김종인 카드’를 평가절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도 한상진 창당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에 더해 김 전 수석으로 인한 더민주의 상승세에 주춤하는 모습이다.

문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새로 구성될 선대위도 역할을 잘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원동지들과 지지자들께서도 선대위가 잘 할 수 있도록 신뢰를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앞으로 다가올 20대 총선 공천에 김 위원장의 힘을 실었다.

또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 하겠다는 각오"라며 "최고위의 의견이 모아지면 권한이양의 절차와 시기를 바로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당 안팎의 상향식 공천, ‘친노 패권’에 의한 공천에 대한 우려를 씻고 당 지지도를 한껏 끌어올리려는 공략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표는 20대 총선 불출마를 못 박았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역구든 비례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아직까지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백의종군을 한다면 당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 부분 등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문 대표의 정계 은퇴는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19대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그가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 총선 이후 야권 통합에 대한 행보를 위해 총선 때까지 본인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못한 것은 통합인데, 통합에 물꼬를 틔우기 위해 제가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문 대표의 ‘인재영입’은 문 대표가 6개월 전부터 구상한 것이라는 후문도 일었다. 국민들과 당 안팎에서는 ‘깜짝 영입’이었지만, 철저히 계산된 시점과 계산된 인재들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19대 대선도 가까워지고 있다. 문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이 당초 14일에서 19일로 미룬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으로의 문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문재인' '문재인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문재인' '문재인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