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결제 시장에서의 역할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카드사가 오랜 기간 구축해온 결제·정산 인프라가 디지털 자산 환경에서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여신금융협회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2026 여신금융업 전망 및 재도약 방향'이라는 주제로 여신금융포럼을 개최하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여신금융업권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카드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 스테이블코인과 결제산업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카드사의 본질적 역할을 흔들 것이라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카드사가 수행해온 결제 인프라 역할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전무는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범용성과 신뢰성, 가맹점 네트워크는 기존 카드 결제망이 축적해온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비자와 가맹점이 이미 익숙한 결제 환경을 고려할 때, 전통 결제망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향후 결제 산업의 방향을 '대체'가 아닌 '결합'으로 규정했다. 유 전무는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결제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량이 카드사가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가치"라며 카드사가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전통 결제 인프라를 잇는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카드사 간 해외 정산 과정에서 기존 스위프트(SWIFT)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실시간 전환해 결제하는 카드 상품과 해외 송금 효율화를 위한 파일럿 서비스도 확산되는 추세다. 유 전무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카드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흐름이라기보다 결제 인프라가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카드업계 외에도 여신금융업권 전반의 구조 전환 필요성이 함께 제기됐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리스·할부금융이 소비금융 중심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고,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기술혁신 기업을 뒷받침하는 성장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이날 포럼에 대해"급변하는 대내외 금융환경 속에서 여신금융사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점검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일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금융당국, 국회, 그리고 업계와 적극 소통해 규제 혁신과 제도적 지원을 추진함으로써 여신금융업계가 실물 경제의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파트너로서 성공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