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민의당에 '야권통합'을 제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김 비대위원장의 통합론을 일축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야권통합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신중론을 보였다.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권통합에 여지를 남긴 셈이다.

더민주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4·13 총선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4·13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실리'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초 야권 후보 연대에 부정적이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국민의당)인데, 후보 연대를 할 거면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일여다야' 구도에서 총선 승리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날 "야권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또 '필리버스터 정국'을 지나 여론이 야권으로 넘어왔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는 "국민은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가 행해온 정치·경제·사회·외교 모든 분야의 실정을 심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열된 야권에서는 총선 승리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실리적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명분론'을 유지했다. 안 대표는 이날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더민주는)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정책연대에 대해선 가능하지만, 후보단일화 등 야권연대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야권통합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더민주 김 비대위원장이) 즉흥적으로 말한 것 같지는 않다"며 통합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천 대표는 이어 "국민에 희망을 주려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새누리당의 압승, 과반 의석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승리에 대한 '실리'가 우선이라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