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로젠택배 'M&A 찬밥'

매물로 나온 국내 택배업계 4위 업체인 로젠택배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새 주인 찾기에 여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일에도 로젠택배는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대상으로 본입찰을 진행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6월 중 재입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인기 없는 이유 뭘까?

16일 물류업계와 금융업계에선 로젠택배 매각과정이 더딘 이유로 ‘비용’을 꼽았다. 너무 몸값이 비싸다는 것. 처음 매물로 나온 지난해 말에도 대기업들이 물러서며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에도 순조롭지 않은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점유율 기준으로 CJ대한통운(41.2%), 한진택배(12.7%), 현대로지스틱스(12.5%)에 이은 국내 4위(7.5%) 택배업체다. 점유율은 우체국택배가 7.7%지만 업종이 달라 일반적으로 집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매각자인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는 2013년 미래에셋PE로부터 1580억원에 로젠택배를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로젠택배 매출이 전년보다 33.3%늘어난 3513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4.4% 늘어난 258억원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매각 지분 100% 가격으로 최소 4000억원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팔려는 사람은 비싸게 받으려 하지만 사려는 사람 입장에선 메리트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택배업종의 특성상 단순 인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 투자비용이 들어가기에 총 비용을 4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결국 매각자와 인수 후보자 사이 온도차가 줄어들지 않으면 매각작업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수 유력업체로 꼽힌 스틱인베스트먼트와 DHL은 이미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관심을 유지한 UPS가 매각주관사인 JP모건과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C2C 위주 업체, 인수효과는? “글쎄”


물류업계는 CJ대한통운이 주도하는 국내 택배업계에서 소비자간거래(C2C) 전문 업체가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업체들이 꾸준한 물류 인프라 투자를 이어온 만큼 원가경쟁력 면에서 불리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업체들은 기업물량(B2C)거래에 집중(80~90%)하고 소비자간물량(C2C)은 10~20%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온라인 서점, 오픈마켓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표적이다. 로젠택배는 이런 대형 고객사보다 소비자간거래에 집중해왔다.


[머니포커스] 로젠택배 'M&A 찬밥'


◆화물차 등록제 논의 영향 없나
지난 15일 정부가 화물차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물류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택배차도 화물차로 분류돼 대수제한에 걸려있어서다. 정부가 2004년부터 화물차 번호판 수를 제한하는 바람에 최근엔 번호판 가격이 3000만원에 육박하는 등 문제가 제기돼왔다.

택배회사는 인력과 트럭이 필요하고, 개인화물운송업자들은 일거리가 필요했기에 로젠택배같은 형태의 회사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번호판 프리미엄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화물차가 등록제로 바뀌면 1만2000여대에 달하는 개인운송업자들이 원가경쟁력을 잃어 피해를 볼 것이란 게 물류업계의 입장이다.

배명순 통합물류협회장은 “로젠택배와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화물차 등록제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며 의견을 수렴해 10월쯤 최종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물류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를 인수하려던 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변수를 고려해야 해서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