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대기업으로 승승장구한 ‘일룸’.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일룸의 주인은 손동창 퍼시스그룹 회장의 장남 손태희 부사장이다. 일룸은 가구기업 퍼시스그룹에서 경영권 승계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퍼시스그룹의 지주회사인 퍼시스홀딩스가 퍼시스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년 전부터 시작된 그룹의 승계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퍼시스홀딩스, 퍼시스 지분 확대 

퍼시스홀딩스, ‘2세 승계’ 가속화?

퍼시스는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퍼시스홀딩스가 2451주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보유주식은 355만927주에서 355만3378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30.88%에서 30.90%로 높아졌다.
이 같은 퍼시스홀딩스의 공격적인 지분매입은 2세 승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홀딩스가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퍼시스를 소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그룹의 지주회사로 퍼시스의 최대주주다.

퍼시스그룹은 손동창 회장→ 퍼시스홀딩스→퍼시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손 회장은 지주사 퍼시스홀딩스의 지분 80.51%를 보유하고 있으며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 지분 30.90%, 손 회장은 퍼시스 지분 16.73%를 쥐고 있다.

또한 손태희 부사장은 일룸 지분 29.1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룸은 코스피 상장사인 시디즈 지분 40.58%를 갖고 있다. 일룸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61.29%)가 많아 실질적으로 손 부사장이 일룸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손태희 부사장→ 일룸→시디즈 구조인 셈이다.


이처럼 지배구조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은 퍼시스홀딩스에 대한 손 부사장의 영향력이 아직 크지 않아서다. 현재 손 부사장이 보유한 퍼시스홀딩스 지분은 0.78%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손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거나 일룸과 퍼시스홀딩스가 합병한다면 손 부사장의 그룹 장악력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손 부사장의 지배 아래에 있는 일룸과 시디즈는 그룹 내 캐시카우(Cash Cow)로 꼽히는 알짜 회사로 향후 손 부사장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승계 작업의 묘수, 상장사 ‘시디즈’ 주목 

퍼시스홀딩스, ‘2세 승계’ 가속화?

손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만들기는 3년 전부터 착실히 진행돼왔다. 2015년 손 회장은 자신이 보유했던 일룸 지분 18.9% 전량을 장남 손 부사장과 장녀 손희령씨(9.60% 보유)에게 넘겼다.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일룸을 시디즈(전 팀스)의 최대주주로 만든 것. 지난해 4월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는 보유하고 있던 팀스(현 시디즈) 지분(40.58%)을 모두 일룸에 넘겼다. 이어 지난해 12월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의 의자사업을 팀스(현 시디즈)에 양도키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4월부터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의 의자사업이 팀스(현 시디즈)로 넘어갔다. 시디즈의 의자사업을 양수한 팀스는 사명도 시디즈로 바뀌었고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됐다.

시디즈(전 팀스)는 2013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을 냈다. 2012년 819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팀스(현 시디즈)는 매년 매출이 하락하며 지난해 125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본업 가치를 상실한 채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가까웠다. 올해도 시디즈의 1분기 매출은 79억원, 영업손실은 3억4439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99.5%(1분기 기준)를 일룸 등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여전하다.

◆일룸-시디즈, 지분스왑?… 우회상장 가능성 

시디즈(팀스)는 기존 시디즈 사업 양수대금을 6차례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사실상 과거 시디즈 사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팀스(현 시디즈)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1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이로써 그룹은 계열사 일감을 받아 연명하며 껍데기에 불과했던 팀스(현 시디즈)를 완전히 지운다.

동시에 부실 계열사이지만 상장사인 팀스(현 시디즈)를 활용해 퍼시스그룹이 '알짜 지배구조'를 완성한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시디즈가 일룸의 우회상장 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룸이 상장사인 시디즈와 지분스왑(주식 맞교환)을 거치면 코스피 입성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디즈(전 팀스)는 우회상장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유통주식비율과 부채비율이 낮아 지분스왑을 거치면 별다른 제반작업 없이 우회상장하기 수월한 구조라서 예전에 몇몇 회사들이 인수합병 제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관측에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퍼시스 관계자는 “아직 주식스왑이나 우회상장을 논하는 건 너무 이르다”며 “각 계열사마다 각자의 사업을 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퍼시스그룹의 목훈재단은 퍼시스(1.54%)와 시디즈(3%) 지분을 쥐고 있어 앞으로 손 회장 등 오너일가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 이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손 회장이 맡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