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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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운 표준가맹계약서 사용을 권장하면서 편의점 업계가 술렁인다. 이번 표준가맹계약서는 운영시간 자율화 및 경영악화에 따른 폐점 시 위약금 면제 등이 골자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불만사항 개선방안이 다수 포함돼 숨통이 틔일 것 같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부분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편의점 점주들은 이번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발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점주들 "표준계약, 대체로 만족" 

공정위는 지난달 편의점을 비롯한 외식, 도소매, 교육서비스 등 4개 업종의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 그중 편의점 업종에 대한 가맹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가맹점주들이 환영할 만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이번 개정을 통해 경쟁브랜드의 근접출점,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상권이 급격히 악화된 경우, 질병·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가맹점 운영이 불가한 경우에 편의점 가맹점주는 위약금을 감면받는다. 

또한 명절 당일이나 직계가족의 경조사로 인한 영업단축 요청 시 가맹본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밖에 심야영업시간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협의해 결정토록 했고 오너리스크에 따른 가맹본부의 배상 책임도 명시했다.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의 점주들은 공정위가 내놓은 표준가맹계약서에 대해 환영 의사를 보였다. 특히 경쟁브랜드의 근접출점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점주들은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A편의점 점주는 "편의점 본사가 공공연히 예비점주들에게 '저 편의점 운영이 별로다'라며 근접출점을 권유한다"며 "이제라도 위약금 감면의 근거가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공정위는 지나친 근접 출점으로 인한 출혈경쟁이 편의점 업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늘어나면서 출점거리 제한 부활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당초 편의점 업계는 1994년 80m 이내 근접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을 만들었으나 공정위가 2000년 소비자 피해 우려를 이유로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로 시정조처하면서 폐기됐었다. 

이후 지난해 말 공정위가 자율 규약으로 경쟁사 근접 출점 제한을 다시 부활시켜 50~100m 이내 근접출점이 제한됐다. 더불어 경쟁 브랜드 근접출점에 의한 경영악화 시 폐업해도 위약금을 경감해주는 이번 가맹계약 개정으로 점주들은 근접출점에 대한 스트레스를 다소 떨쳐낼 수 있게 됐다.

점주들이 가장 환영하는 내용은 영업시간 자율화다. 편의점주들은 개인사업자 형태지만 마음대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없다. 편의점 본사 감시 아래 영업시간을 지정해 운영해서다. 이에 명절에도 마음편히 쉬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B 편의점 점주는 "광화문 쪽은 오피스 상권이라 명절에 파리만 날려 수익도 적다"며 "설 당일이라도 쉴 수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C편의점의 여성점주는 지난해 처음으로 명절 때 시댁을 못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추석 때 본사에 휴무를 문의하니 '그런 생각이시면 장사를 접으라'며 한소리를 들었다"며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택가에 위치한 편의점들은 사정이 달랐다. 명절 때 오히려 손님이 더 많아 문을 닫을 이유가 적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D편의점 점주는 "명절때 주류나 음료세트, 화투, 세뱃돈용 봉투 등의 품목 매출이 높은 편"이라며 "올 설에는 가족들과 번걸아가며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표준가맹계약서에 주휴수당이나 최저임금 등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내용이 빠져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E 편의점 점주는 "주휴수당 부담에 '아르바이트 쪼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4대보험료도 부담이 크다. 3개월 이상 근무해야 4대보험 가입 자격을 준다던지 현실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주들 모처럼 웃게 만든 '표준가맹계약서' 뭐길래?
◆편의점 업계, 점주 상생안 '봇물'

편의점 업계는 이번 표준가맹계약서가 공정위 권고사항인 만큼 반드시 수용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를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개선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업계 1위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부터 협회사·공정위와 함께 가맹점주의 운영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편의점주의 부진점 폐점 부담 최소화, 명절 휴무 신청제도 등 개정된 표준가맹계약서를 반영한 가맹계약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매달 점포 수익금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는 초기안정화제도(최저수입보조)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해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개정된 표준가맹계약서를 선도적으로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 역시 역시 기존에 마련했던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을 추진하면서 표준가맹계약서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경영주 배분율을 기존 40%에서 45%로 5%포인트 올린 '안정투자형'을 신설했다. 또한 가맹 계약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조정해 단기 계약에 의한 사업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개정된 표준가맹계약서에 대해 큰 거부감 없이 수용의사를 밝힌 것은 그동안 업계가 추진하려 했던 정책과 공정위 개정안 기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점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통제할 상생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적으로 퍼져 있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계약서에 편의점 업계가 크게 반발할 만한 내용은 없다"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점주들이 더 이탈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본사도 상생안을 어차피 들고 나왔어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