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허, 힘찬 대륙의 고동
호구폭포·평요고성·교가대원… 문명의 원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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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뜬 중국 황허 호구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
해발 800~1500m의 황토고원에는 50~80m 두께의 황토가 덮여있다. 건조한 날이 많은 데다 여름철 비가 집중되면 황토층 침식이 심하다. 산허리가 급하게 깎여나간 협곡이 이어진 까닭에 대륙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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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기에 접어든 황허. 강 건너편은 또 다른 산시성(섬서성)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
황토고원이 시작되는 산시성은 중국 고대문화 발원지로 알려졌다. 비록 전설의 시대이나 요순의 도읍이 자리한 곳이어서다. 5000년 중국사를 알려면 산시성에 가보라는 말이 회자된다. 산시성의 황허는 중국의 젓줄로서 ‘모친허’(母親河)로도 불린다. 황허문명과 중국을 뗄 수 없으니 산시성은 대륙의 시원인 셈이다.
◆대륙의 심장, 호구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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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위용을 뽐내는 호구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
호구폭포는 이곳 산시성과 또 다른 산시성(陕西省·섬서성)을 가르는 진산대협곡(晋陕大峡谷)에 있다. 폭 300여m로 흐르는 황허는 호구폭포에서 30여m로 좁아진다. 따라서 물살은 더욱 거칠어지기 마련. 성난 물살은 50여m 아래로 떨어진다. 세상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격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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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폭포 원경. 폭포를 내려다보는 매력이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갈수기에 수량은 많지 않지만 우렁찬 소리와 물보라는 주변을 쉽게 압도한다. 기세등등한 호구폭포가 중국의 심장으로 불릴 만하다. 많은 중국인이 황허, 특히 이곳 호구폭포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호구폭포와 이 일대는 중국 5A급 풍경명승구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고대도시 평요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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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요고성의 골목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
진중시(晋中市) 핑야오고성(平遥古城·평요고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중국의 건축양식과 도시계획 변천과정을 잘 보여주는 고대도시로 14세기에는 한나라시대의 고대도시 유적이 발견됐다. 특히 19~20세기 중국 금융의 중심지로 기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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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요고성 남문. /사진=박정웅 기자 |
과거 평요현이 속한 진중(晋中)은 특히 진상(晋商)의 발상지로 알려졌다. 산시성의 약칭은 진(晋)이다. 춘추전국시대 때 가장 강성한 진나라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오래 전부터 부를 축적한 도시로 유명하다. 특히 명청대 상인문화가 발달한 지역으로 1824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금융기구인 일승창(日升昌)이 평요고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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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요고성의 골목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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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은 면류가 발달한 곳으로 '누들로드'의 출발지다. 평요고성의 한 도삭면 음식점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
평요고성은 지역민의 생활공간이다. 식당, 노점, 객잔 등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성의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을 잇는 대로가 잘 정비돼 있다. 비좁은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대로와 맞닿아 있다.
성이 장방형 구조인 까닭에 성의 한복판에 우뚝 선 시루를 염두에 두고 골목투어를 하는 것도 좋겠다. 서문 쪽에서 전동카트를 이용하면 평요고성을 보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궁리 <홍등>의 교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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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처럼 외벽이 높은 교가대원. '복'자 쓰여진 교가대원의 겹대문. /사진=박정웅 기자 |
대원을 둘러싼 외벽 높이는 10여m에 이른다. 동쪽 대문 앞에는 복(福) 자가 선명하다. 대문은 겹문 형태로 이어져 성이나 요새를 방불케 한다. 교가대원은 특히 장이모 감독과 궁리 주연의 <홍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아예 TV 드라마 제목으로 <교가대원>이 제작,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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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대원의 귀면 수막새. /사진=박정웅 기자 |
초원과 농경문화의 접점인 산시성 일대의 주택의 담은 높다. 외부 침입을 방어하고 먼지와 바람을 막는 기능을 한다. 그럼에도 교가대원의 성벽 같은 외벽은 돈, 여자, 식솔, 하물며 빗물까지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대부호의 뜻이 반영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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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대원의 한 중정.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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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문양이 돋보이는 교가대원. /사진=박정웅 기자 |
2만원(120위안) 정도로 입장료는 비싼 편이지만 교가대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많다. 웅장한 대저택을 둘러봄으로써 자신의 부와 복을 기원하는 심사일 것이다. 건축학적인 면도 빼놓을 순 없다. 한 예로 귀면 수막새를 꼽을 수 있는데 병마용처럼 겹치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게다가 포도, 매화, 연꽃 등 다양한 장식의 문양과 단청이 돋보인다.
산시성에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많다.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중국의 3대 석굴이 하나인 윈강석굴과 중국의 4대 불교 명산 중 하나인 우타이산이 있다. 5A급 명승지로는 몐산과 진사를 꼽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