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윈의 공개 비판에 분노했다./사진=로이터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윈의 공개 비판에 분노했다./사진=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공개 비판에 크게 분노해 직접 앤트그룹의 IPO(기업공개)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지난달 24일 마윈의 중국 금융 규제 비판 연설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읽고, 그 자리에서 고위 관료들과 함께 격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곧바로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키고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당초 지난 5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할 예정이었다. 자금조달 규모만 345억달러(약 39조17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은 상장 이틀 전 갑작스레 전격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 등 '빅4' 금융당국이 마윈 창업자를 불러다가 공개적으로 질책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였다. 

이를 두고 당시 시장에서는 전례없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마윈 창업자가 중국 금융시스템을 비판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이 마윈의 연설 때문이며, 특히 시 주석이 이를 보고받고 분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 컨퍼런스에서 마윈은 중국 금융당국의 낡은 규제를 크게 비판했다. 소식통들은 WSJ에 이 중 제일 문제가 된 것은 마윈이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을 인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마윈은 이 자리에서 "성공은 나에게서 올 필요는 없다"는 구절을 언급하면서 혁신을 통해 중국의 금융 문제를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21분간 연설에서 뉴욕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거대한 IPO가 성사된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중국의 금융 시스템 위기가 없다. 왜냐하면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등 날카로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또 중국 금융당국을 향해 "전당포를 운영하는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수많은 기업가들을 다치게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석해 크게 논란이 됐다. 마윈의 발언 이후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을 향한 족쇄를 신속히 채우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핀테크 기업 규제 방안 발표부터 시작해 앤트그룹 상장중단까지 단 열흘이 걸렸다. 

WSJ는 앤트그룹은 그동안 중국 금융당국의 오랜 타깃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까지 불가능했던 이유는 앤트그룹이 상장을 위해 5년 전부터 중국 연기금과 국유기업에 지분을 헐값에 넘기며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었다. 특히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인 앨빈 장이 속한 사모펀드도 연관되는 등 고위 정치인들도 개입돼 있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앤트그룹과 공산당의 관계는 늘 복잡했다"면서 "마윈의 지난달 연설 이후 앤트그룹은 더이상 통제 못할 만큼 크거나 영향력 있는 회사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