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과 관련한 사건이 늘고 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상속과 관련한 사건이 늘고 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상속 재산을 두고 가족 간에 법정 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생전에 미리 유언을 통해 상속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변수가 많고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상속인간 합의가 바탕이 된 '상속재산분할협의'로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상속 관련 사건은 지난 2012년 3만2000여건에서 2022년 5만1000여건으로 10년 새 60% 가까이 급증했다.


가장 보편적인 상속 방법으로는 '유언장' 작성이 꼽힌다. 하지만 유언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 방법을 따라야 하며 각 방법마다 정해진 작성 요건을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효력을 갖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한 내용(전문), 유언한 날짜(연월일), 유언자의 주소와 성명을 반드시 자필로 기재하고 이름 옆에 날인하는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효력을 상실한 판례가 있다.

2018년 1월 사망한 A씨는 생전에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 용지 2장과 컴퓨터로 작성 후 복사된 금융·부동산 재산목록 3장을 남겼다. 재판부는 이 유언장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인 재산목록이 컴퓨터로 작성돼 있고, 유언장 중 A씨가 자서한 부분만으로는 유언의 완결성이 없다"며 "A씨 유언장은 유언자가 전문을 자서해야 한다는 요건을 결여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유언장이 요건을 갖췄더라도 다른 상속인이 진위를 의심하면 유언 내용이 아무리 진실이더라도 다툼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2015년부터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던 L그룹은 2020년 6월 선대 회장의 자필 유언장이 발견된 이후에도 법적 효력과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오히려 갈등이 심화된 바 있다.

반면 상속인간 협의를 거쳐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와 관련한 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는 고인의 뜻만이 아닌 평소 고인의 뜻을 잘 아는 상속인들이 충분히 협의하고 소통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상속인들의 상호 협의를 통해 합의한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유언의 효력보다 우선할 수 있다. 따라서 변수가 많은 유언장보다는 평소 혹은 상속절차 중 공감대를 형성한 상속인들간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더 더 낫다는 평가다.

S그룹의 경우 법정 상속비율대신 유가족의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라 지분을 나눠 상속인간 다툼 없이 기존에 구축된 경영권을 한층 공고히 하고 원만하게 상속 절차를 마무리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법적으로 강한 효력을 지니고 있다. 한번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추후 모든 공동상속인들의 동의가 없으면 이를 해제할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나 취소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법률은 상속인들의 합의 이후 3년이라는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하도록 정해진 존속기간)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평생을 고인과 함께하고, 고인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가족들이 수차례의 협의 후 작성한 문서"라며 "가족간 큰 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