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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30일 하루 동안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시행한다.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체력적·정신적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직서 제출 30일 이후인 오는 25일부터 사직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실행하기로 했다. 이어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정책 추진을 멈춰야 한다며 비대위가 직접 주체가 돼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를 검증하기로 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있었던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개별 교수의 사직서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인 오는 25일부터 사직을 실행한다고 전했다. 사직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진행된다. 방 위원장은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독선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한 항의와 올바른 의료 개혁을 위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하루 동안 진료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몸과 마음의 극심한 소모를 다소라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이어 나갈 예정이다. 추가적인 진료 중단에 대해서는 비대위에서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필요 의사 수의 과학적 추계'에 대한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하기로 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 방침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방 위원장은 "서울대 비대위는 중재안을 내며 두 달을 노력해왔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며 "객관적인 기구에 의뢰해 의사 수를 추계하자고 했을 때 정부는 대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 비대위가 주체적으로 의사 수 추계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선 시민이 원하는 미래 의료 모습의 시나리오를 공모받고 바람직한 시나리오를 추릴 계획이다. 이후 이 시나리오를 위해 필요한 의사 수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추계한 뒤 이 통계 자료를 공개해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상호검증이 가능한 논문을 쓰도록 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쓴 논문을 공론장에서 충분히 토론·검증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방 위원장은 "이 과정은 8~12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향후 미래시스템을 생각하면 긴 기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 과정을 거쳐 추계한 의사 수를 바탕으로 2026학년도 신입생모집 요강에 증원 인원을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증원 정책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위원장은 "지금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며 "파괴적인 여파가 몇 년 뒤까지 지속될 게 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의대 증원 인원 50~100% 안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부의 '증원 자율화'는 책임을 총장으로 넘기는 것뿐이라며 "애초에 정부가 제안한 2000명이라는 숫자가 과학적인 수치가 아니었다는 증명"이라고 꼬집었다.
방 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수뇌부 교수 4명은 다음달 1일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오는 30일까지를 임기로 하고 다음달 1일부터는 3기 비대위가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