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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된 가운데 숨진 윤일병 어머니가 입장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채상병 특검법이 끝내 21대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지난 2014년 선임 병사들의 집단 폭행 끝에 숨진 윤일병 어머니 안미자씨가 지난 28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채상병 특검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씨는 "특검법이 부결되는 분한 광경을 국회에서 방청하고 소회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안씨는 "아들(윤일병)은 구타를 당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군에서는 아들이 냉동만두를 먹다 질식해서 죽었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가족은 그 거짓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10년을 싸웠지만 단 한 사람도 사건 은폐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제도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며 "이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거리로, 국회로 다니며 군사법 개혁을 위해 싸워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씨는 10년이 지나도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이 지났음에도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일이 바뀌지 않았다. 이 일에 대통령까지 개입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 한탄했다. 또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군사법제도를 뜯어 고치자고 나섰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이번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과 양심이 아니라 윗사람 눈치를 보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채상병 죽음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할 수가 없고 수사외압의 진실도 밝힐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안씨는 "특검법을 부결시킨 사람들은 2021년 군사법원법을 개정할 때 개혁을 가로막았던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또 특검 출범을 방해한다. 우리 아들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광경을 마주하고 있어야 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아들들을 위해 22대 국회에선 반드시 특검을 통과시켜주십시오. 윗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무책임한 장군들이 아니라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야 했던 우리 아들들을 떠올려주십시오"라며 22대 국회에 당부의 말을 남기며 입장문을 마쳤다.
윤일병은 지난 2014년 4월 대한민국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에서 선임 병사들에 집단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윤일병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 끔찍한 가혹 행위들이 밝혀지며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대대적인 병사인권 개선의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