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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을 마쳤다.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대미 투자에 나서는 게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아직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의약품 관세에 대한 태도를 바꿔왔던 탓이다.
31일 업계와 대통령실,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이날 양국에 대한 상호관세 협상을 마쳤다. 한국이 3500억달러(486조여원) 규모 펀드를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협의가 이뤄진 3500억달러 펀드 중 1500억달러(208조여원)는 조선에, 나머지 2000억달러(약 278조원)는 바이오·반도체·원전·이차전지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투자 펀드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분야 미국 투자가 공식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후보 기업으로는 세계 1위 수준 CDMO(위탁개발생산)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는 셀트리온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투자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만큼 투자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약 7000억원 규모로 미국 공장 인수에 나서는 등 선제 조치를 해 왔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투자 분야를 고려한다면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드 운용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가 예상되지만 의약품 관세가 남아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안에 의약품 정책(관세)을 갖고 나올 것"이라며 "그것(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의약품 관세)은 (15%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의약품 관세 세부 사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은 이달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러트닉 장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언급에 따르면 실제로 의약품 관세 관련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일러야 다음 달 초중순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곧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관세율 역시 25% 수준→최대 200%→15% 이상 등으로 말이 바뀌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비롯한 사업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
정부는 의약품 관세가 부과돼도 불합리한 수준은 아닐 것이란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 경우에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최혜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