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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되며 국내 증시 방향성에 관심이 모인다. 15% 관세, 3500달러 규모 대미 투자 등이 결정되며 관세 정책에 따라 국내 업종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희비가 엇갈린 분야를 조명하며 관세 영향이 없는 섹터 투자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부과 예정이던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대신 한국은 향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함께 1000억달러 규모의 LNG(천연가스) 및 에너지 제품 구매를 약속했다.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에너지 상품에 대해 한국 내 무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협상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불투명했던 관세 정책이 최종적으로 타결되며 시장은 일부 리스크가 해소되며 안도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다만 관세 정책에 따라 수혜를 받을 업종과 피해를 받을 업종이 뚜렷하게 갈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 리스크' 안개 걷혔다… 수혜 기대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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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로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조선 분야다.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1500억달러를 조선 협력 전용 펀드로 조성하기로 한 점이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노후 선박 교체와 LNG(천연가스) 운반선 수요 확대, 친환경 선박 전환 등에 한국 조선업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또 조선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에너지·방산·해양플랜트 등 전략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향후 미국 정부나 민간 발주처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한미 조선업 협력에 1500억달러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한미 조선업 협력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라며 "또한 글로벌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들이 재개되고 있어 LNG선 수요 또한 증가해 국내 조선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에너지와 정유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천연가스를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주요 수입 및 도입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수급 안정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유업체들 역시 수혜 가능성이 크다. 정유 산업은 원유, LNG, 에탄 등 주요 에너지 원료의 수입 단가와 환율, 수급 상황에 매우 민감한 구조다. 그러나 이번 관세 협상으로 수입선 다변화 및 조달 안정성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국내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이 긍정적"이라며 "특히 에너지 산업 등의 분야가 불확실성이 완화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는 식자재 유통 및 가공업체 관련 종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확대되고 무관세가 적용되며 원재료 단가가 낮아지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마진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 협상 결과로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이 결정되며 관련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고관세'… 피해 우려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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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동차와 전자 제품 등 수출 중심 종목들은 관세 피해가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는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역시나 15%라는 고관세의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이번 협상으로 일본과 유럽산 차량과 동일한 관세가 부과되며 기존 가격 경쟁우위가 사라졌다는 우려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산 차량 관세 부담이 증가하며 일부 수출 차량의 판매와 마진 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이는 이는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 등 하위 공급망에도 가격 경쟁력 약화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주와 자동차 부품주들은 일본 대비 우위에 있던 관세 메리트를 상실하며 이번 관세 협상의 피해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자동차주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가격 부담 속 상승 탄력이 둔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 업종도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산 전자제품에 대해 15% 관세가 적용되며 가격 경쟁력 약화 및 마진 압박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전의 경우 북미향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기 전자 및 가전 관련 주의 경우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관세 영향 적은 방산·금융… 리스크 회피 전략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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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영향이 적은 종목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나 무역 정책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낮은 종목을 통해 리스크를 회피하고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관세 리스크가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방산, 금융 등이었다. 방산 업종은 대부분 정부 간 계약(B2G) 형태로 수출되며, 무관세·예외 조항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아 관세 리스크가 제한적이다. 금융 업종은 내수 중심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무역이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실적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관세 협상으로 인한 업종별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애초에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은 섹터를 선호하는 전략도 유효하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방산과 금융 부문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질적으로 관세와 무관하게 전방 시장이 성장하는 방산 등의 주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2C(기업 대 소비자)보다는 B2G(기업 대 정부), B2B(기업 대 기업)업종이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