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법 개정 움직임도 보인다. 이를 둘러싼 경영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액주주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법 개정 움직임도 보인다. 이를 둘러싼 경영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진=이미지투데이

[S리포트]③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의 주역으로 불리던 소액주주들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상장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소액주주들이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상황. 마치 행동주의 펀드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몇 년 동안 '소액주주 운동'이 이어진 데다 기업들이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한 회사의 모기업 주식가치 하락한 사례들이 한몫했다고 본다.


참여연대는 한국 주식시장이 '물적분할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외에도 DB하이텍, 후성 등이 물적분할 발표 후 모기업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서는 더욱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영계vs시민단체'…이사 충실의무 개정 두고 맞서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경영을 앞세우며 기업의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지만 이를 둘러싼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한 '밸류업' 추진 과정에서 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서다.

참여연대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의 단체들은 M&A(기업인수합병)나 기업결합 또는 분할 등 중대 결정에 지배주주 중심의 이사회 결정이 우선돼 일반주주에 손해를 끼쳐왔다는 입장이다.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비례적 이익을 추가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소액주주 보호·자본시장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기업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포함한 경제 8단체는 해당 사안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통해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행법이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용역 결과 보고에서 "최근 제기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내용의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되고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같은 규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시장에서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법률로 일반화하기보다는 현행법과 판례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 운동, 주가에만 초점 맞춰져 기업 투자 애로

소액주주 운동이 주가에만 관심을 두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액주주 운동이 주가에만 관심을 두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거 소액주주들은 주가와 배당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엔 이사진 선임 등 경영진을 압박하는 등 행동주의 양상을 띄기도 한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전 고려대 교수)은 대표적 소액주주운동가로 꼽힌다. 2006년 토종 행동주의 펀드 1호로 꼽히는 '장하성 펀드'도 운영하며 소액주주 운동을 벌였고 투자하는 기업마다 주가가 치솟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2012년 청산했다.

장 전 실장은 청와대 재직 시절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국민연금 등의 기업 투자 확대 물꼬를 텄는데 당시 '기업들의 이익은 배당을 통해 나눠주고 투자는 차입과 증자를 통해 해결하라'는 주장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액주주들은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뭉치고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오로지 관심이 주가에만 맞춰져서 경영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기업구조 개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연구원 출신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자신의 이득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대안에 대한 수용성이 낮다"며 "오히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부분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