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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이어졌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종식 수순에 들어섰다. 분쟁 당사자인 오너일가 형제(임종윤·종훈) 일원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갈등 상대방인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4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과 협력에 나서면서다. 대주주 4자 연합과 임 이사는 협력을 통해 회사 주가 부양 등에 힘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 이사는 다음 달 27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라데팡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킬링턴 유한회사에 각각 한미사이언스 주식 205만1747주(3.0%), 136만7831주(2.0%)를 장외매도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책임 있는 대주주로서 갈등과 반목을 접고 회사 발전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는 게 임 이사와 4자 연합 설명이다.
이번 협력으로 지난 1월 한미약품·OCI그룹 통합 과정에서 촉발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4자 연합 측 승리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주식 거래가 끝나면 4자 연합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9.42%에서 54.42%로 늘어난다. 반대로 형제 측의 지분은 26.86%에서 21.86%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4자 연합 측이 임 이사 측과 협력해 향후 주주총회에서 이사 해임 등 특별결의 안건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도 4자 연합 측에 유리해질 전망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4자 연합 측 5명, 임 이사 측 3명,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2명 등으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4자 연합 측과 형제 측이 각각 5대5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양분했지만 임 이사 변심으로 균형이 깨지게 됐다. 사실상 임 대표의 회사 지배력이 없어질 것이란 평가다. 임 대표는 "형님(임 이사)이 계속 다툼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것으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공개했다.
올해 20% 넘게 빠졌는데… 갈등 종식 '주가 반전'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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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 연합과 임 이사는 협력을 기반으로 회사 주가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협력 선언 후 주주들에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탄탄히 구축하고 정도 경영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보답하겠다"며 주가 부양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4자 연합과 임 이사는 협력 선언 전에도 각각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주가 10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배경엔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주가 하락이 존재한다. 종가 기준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연초(1월2일) 3만9200원에서 이달 27일 2만9150원으로 25.6% 하락했다. 한미약품 주가도 같은 기간 35만8000원에서 27만3000원으로 23.7% 내렸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지분 매입 경쟁 등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 물량) 이슈와 갈등 장기화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시장에서는 4자 연합과 임 이사의 협력을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장중 2만975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전 거래일 종가(2만9150원)보다 2.1% 오른 수준이다. 한미약품 주가도 동 기간 3.5%(27만3000→ 28만2500원)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