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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맞아 한국 조선업계가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확대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해군력 재건을 추진 중인 미국은 미흡한 조선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해 함정 MRO 물량 일부를 우방국에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한국 조선업계 군함·선박 건조 능력에 강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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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과 함정 MRO 사업 협력 의지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의 한 라디오쇼에 출연해 해군을 재건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선박과 관련해 뭔가를 해야 한다"라며 "선박 건조에 동맹국들 또한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6일에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중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의 조선 역량이 둔화하면서 중국과 보유 함정 수 격차는 커지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의 전투함 수는 2000년 318척에서 2020년 296척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286척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 전투함 수는 210척→360척→400척으로 늘었다.
조선 기술력이 취약한 미국은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미국에서는 높은 생산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문제로 사실상 쇠퇴했다. 미 해군은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미국의 함정 MRO 사업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주 작업에 돌입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aster ship repair agreement, MSRA)를 체결했다. MSRA는 미 함정의 유지보수와 정비를 위해 미국 정부와 일반 조선업체 간의 협약이다. 미 해군의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MSRA를 획득한 기업은 미 해군의 다양한 함정 정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4만톤 규모의 미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3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수리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트럼프 2.0 시대에 'K-조선' 볕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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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은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며 특수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미국 해양 방산의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아커로부터 1억달러(1448억원)에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도크를 보유, 미국 대형 상선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해상풍력설치선 등 특수목적 선박 건조뿐 아니라 미국 해군의 수송함 수리·개조 역량도 확보했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미국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미국 연안무역법 (Merchant Marine Act of 1920) 제27조를 지칭하는 '존스액트'(Jones Act)는 미국 내 해상운송 권한을 미국에 등록하고 미국에서 건조되거나 상당 부분 개조된 선박에 한해 미국 내 운항을 허락하고 있다. 법에 따라 한국 조선사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현지에 조선소를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환경이 아닌 석유 에너지를 강조한 것도 한국 조선사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유·천연가스(LNG) 운송량 증가로 한국 조선사의 LNG운반선, 유조선 수요가 늘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KPMG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국의 LNG, LPG 수요 및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