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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어른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웁니다."
지난 23일 만난 이다빈씨(29)는 전북 익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3년차 교사이다. 2학년8반 담임선생님이자 현재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등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윤리쌤'으로 불린다.
이씨는 오전 7시 기상해 출근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에 도착해 오전 조회 시간인 8시20분을 전후로 학생들의 특이사항 등을 확인하고 조회를 마친 뒤 오전 8시40분에는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담당 교실로 들어선다.
수업 준비 외에도 고등학교 교사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학생 상담이다. 대학 입시 전 가장 중요한 성적을 비롯해 심리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아무래도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보니 대입을 위한 성적 관련 상담이 가장 많다"며 "중간·기말고사를 비롯해 모의고사까지 생각하면 매달 시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시험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도 많다"며 "그럴 때마다 교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SNS 계정을 따로 운영하며 퇴근 후에도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열정도 있다. 질문이 많은 날에는 퇴근 후에도 밤늦게까지 시간을 할애한다. 야간자율학습 담당인 날에는 밤 10시쯤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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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 보람을 느낀다는 이씨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
그는 "학부모와의 상담은 교사에게 꼭 필요하고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제 주변 동료 중 일부는 새벽 2시에도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교사의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점은 매우 공감하지만 결국 저희도 직장인인데 몇몇 학부모께선 교사의 전적인 희생을 바라는 것 같아 아쉬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모든 학생이 만족할 만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이씨는 "청소년,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성적 외에도 가정환경 등으로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며 "대부분의 교사가 가능한 선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려고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하는 상담은 담당 선생님이 한 명뿐이고 상담 가능 시간대가 따로 정해져 있는 데다 학생이 복지센터에 있어야만 대상이 되는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상담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정부에서 인력을 늘리든지 조건을 낮추는 등 직접적인 노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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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만연한 혐오·갈등… "아이들 그대로 보고 배워"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는 혐오와 갈등을 꼽았다.이씨는 "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미 혐오·갈등을 너무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젠더·지역 혐오 표현 등을 너무 자연스럽게 쓰는 모습을 보며 씁쓸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어른이 잘해야 아이들이 보고 잘 배울 수 있다"며 "제가 뉴스를 봐도 매일같이 싸우는 모습만 나오는데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 그런 모습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고교학점제와 디지털전환 등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이씨는 "한국 교육과정은 예전부터 굉장히 빠르게 바뀌는 경향이 있다"며 "분명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여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학입시가 매우 중요한 국내 교육과정 특성상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이를 잘 반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음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혐오와 갈등의 봉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면서 "사회를 밝게 비추려면 아무래도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나뉘어서 싸우면 불협화음만 생긴다"며 "학생들이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