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공포는 현실화됐다. 올 들어 시공능력 58위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흥건설(98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이화공영(13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 1분기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는 160건으로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고금리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대폭 상승한 것이 건설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는 통상 원가율이 80% 수준이어야 안정적이라고 판단하지만 10대 건설업체를 포함해 대부분의 시공사가 90%를 초과한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지방 중견사들의 여력으로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다 지어놓고도 매수자를 찾지 못해 공사비 회수가 불가한 지방 사업장들이 건설업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적체된 지방 물량 해소가 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된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8920가구 중 지방 물량은 76.0%(5만2392가구)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중에선 지방 물량이 81.8%(2만543가구)에 달한다. 이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간 초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업계는 지방 수요를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유인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돼 현실과는 괴리를 보인다.
새 정부의 건설 지원대책은 '규제 완화'가 중심이 돼야 한다. 업계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 규제가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중과세가 거래시장 경색과 공급 위축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덜어 민간 거래를 활성화하고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 시장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실수요만으로는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의 제약이 있다. 건설경기 활력을 제고하려면 지방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게 업계 전반의 공감대다.
물론 다주택자 세 부담 완화에 대한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다주택자 세제 지원이 부자 감세 정책이며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은 과도한 중과세로 시장의 자금 흐름이 막힌 만큼 '투기 억제'보다 '거래 재개'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세제 완화는 다주택자를 위한 특혜가 아닌 시장을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처방으로 봐야 한다.
오는 7월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가 시행될 예정으로 업계의 시름이 깊다. 금융규제는 지역별 여건 차이를 고려해 수도권과 지방에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위축된 지방의 경우 2단계를 포함해 DSR 적용을 한시 유예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새 정부의 정책 전환을 통한 세제 유연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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