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업계가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할인분양 현수막이 걸린 모습. /사진=뉴시스

"앞으로 4년 내에 집을 매각하지 못하면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받을 예정이라 걱정이 큽니다."(지방 주택임대사업자 A씨)

# 2022년 은퇴 자금으로 지방 대학가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한 A씨는 "세금 걱정으로 밤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월세방 10채를 운영하는 A씨의 연 임대소득은 6000만원. 한 달 500만원가량 소득에서 대출이자와 세금, 관리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순수익은 200만원이 채 안된다. 국민연금을 합해도 풍족한 생활은 아니다. 그는 두 채 정도 남겨놓고 집을 팔 계획이나 2021년 시작된 고금리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


오는 6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부동산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인 지방 미분양 문제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건설업계는 새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주요 정당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양도소득세 감면과 취득세 중과 배제를 건의했다. 건설업계 최대 단체인 대한건설협회는 2주택자 세제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를 제안했다.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 주택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기간을 7년까지 한시 연장했지만 이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방 수요 촉진 위한 양도세·취득세 인센티브 절실"

지방 미분양 문제가 건설 업황 악화의 핵심이므로 공급 계획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구제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로 이 중 지방이 76%(5만2392가구)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51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5.9%(1395가구) 늘어난 것으로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7개월 만에 가장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 가운데 지방 물량은 2만543가구로 81.8%를 차지했다.

업계는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이 건설 경기 회복의 핵심이므로 공급 대책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과세 완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공사비를 회수하는 선분양 사업 구조에서 미분양은 건설업체에 큰 부담"이라며 "올해 10여개 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자금경색을 못 버티는 중견·중소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매수 만으로는 지방 주택 시장을 살리기가 쉽지 않으므로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 지방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강남 등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과 양도소득세 5년 한시 면제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7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돼 지방은 유예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지방 DSR 유예' 요구… 보수 후보들 세제 규제 완화 시사

민주당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기조로 일관했던 이전과는 달리 규제 완화 가능성이 있다는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원들 모습.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 거대 양당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들은 ▲메가시티 조성 ▲광역 교통망 구축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등의 부동산 공약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동산 세제 공약에선 차이점을 보였다. 김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비수도권 주택의 취득세 면제 등 세제 완화책을 발표한 반면 이 후보는 세제 관련 공약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은 수도권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지원방안을 제시해 진보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보다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다. 범보수로 분류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생애주기 맞춤형 주택 세금 감면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수도권 노후 도심의 정비사업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상향과 분담금 완화 등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정비사업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도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에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방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이 부재하다는 아쉬움에도 기대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은 "여야 부동산 정책 이슈가 현재는 없는 상황"이라며 "공공부문이 민간에 개입할 경우 시장 왜곡의 우려가 있어 미분양 지원도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는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